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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키친'이 펄펄 끓는다

인건비 부담 크게 늘며 수요급증

외식업체 맛 표준화·시간단축 효과

육개장 500인분 1시간이면 충분

신세계푸드 이천공장 '연중무휴'

식재료 150종 요리 직전 상태 손질

올 품목 500개·1만톤 생산 목표

신세계푸드 이천공장에서 직원들이 햄버거용 양상추 전처리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신세계푸드




지난 26일 경기도 이천에 자리한 신세계푸드(031440)의 식자재 전처리 공장. 반도체 생산라인의 클린룸을 연상케 하는 까다로운 출입절차를 거쳐 공장 내 작업장에 들어서자 이날 새벽에 입고된 양상추를 다듬는 직원들의 바쁜 손놀림이 쉴새 없이 이어졌다. 심을 제거한 뒤 잘게 썰려 나온 양상추는 살균세척과 탈수, 선별검사를 거쳐 이물질 검출기를 통과한 다음에야 비로소 1~2㎏ 단위로 진공 포장돼 상자에 실린다. 이렇게 말끔히 손질된 양상추는 전국 맥도날드와 버거킹 매장으로 배송돼 소비자들이 먹는 햄버거 속 재료로 사용된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외식·급식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식재료를 미리 손질해 조리 직전 상태로 제공해주는 ‘센트럴키친’(중앙 집중식 조리시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대량의 식재료를 전처리하거나 반조리한 상태로 공급해주는 만큼 많은 조리인력을 필요로 하는 외식·급식업체들로선 조리 준비시간과 인건비 절감은 물론 맛의 표준화를 유지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004170)푸드를 포함한 국내 대형 식자재업체들이 앞다퉈 센트럴키친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연중무휴로 가동되는 신세계푸드 이천공장에서는 양상추 외에도 양파와 대파, 오이 등 농산물부터 신선도가 필수인 연어에 이르기까지 150종에 달하는 식재료들을 바로 조리에 사용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손질해 급식업체와 외식매장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천공장이 농수산물 전용설비라면 충북 음성공장에서는 육가공품과 국·탕류, 소스 등 300종을 만들고 있다. 이천과 음성공장 등에서 손질된 식재료를 공급받은 외식·급식업체들은 음식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급식업체의 경우 과거에는 하루 세끼 메뉴에 쓰이는 모든 재료를 직접 씻고 다듬어야 해 조리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센트럴키친 도입 이후 재료 손질과 준비과정이 사라지면서 조리실장은 전체 메뉴의 균형과 영양, 위생 등에 집중하고 조리원들 역시 매뉴얼대로 음식을 만드는 환경이 마련됐다. 실제로 육개장 500인분을 조리할 경우 재료를 손질하고 육수를 내는 과정 등을 센트럴키친이 대신하면서 소요시간이 5시간 40분에서 1시간 10분으로 4시간 30분이나 줄어들었다. 급식사업장 입장에서는 전처리과정이 생략되면 투입인력을 줄여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또 채소 절단기와 세척기, 육류 가공장비 등의 부대비용이 들지 않을뿐더러 가스비나 전기료,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도 아낄 수 있다. 규격화·균일화된 식재료가 매일 공급되면서 조리실장의 입맛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음식 맛도 표준화할 수 있게 된 것도 또 다른 효과다.



이에 힘입어 센트럴키친을 찾는 수요는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조리원 인건비 부담이 크게 높아진 점은 센트럴키친 시장이 급성장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초밥용 크기로 손질돼 공급하는 연어의 경우 주문이 늘면서 지난해 하루 300㎏이던 작업량이 현재 700㎏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양파를 비롯한 농산물도 수요처의 요구에 따라 손질품목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김봉구 이천공장장은 “인건비 부담을 겪는 급식사업장을 중심으로 미리 손질된 재료로 바로 조리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센트럴키친의 역할도 더 커지고 있다”며 “아직은 요리 직전의 상태로 손질된 가공품보다 원물의 비중이 높지만 조만간 가공품에 역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푸드는 2015년 212개 품목에 생산량 1,780톤이던 센트럴키친 사업규모를 올해 500개 품목, 사상 첫 1만톤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푸드는 공장 내에 국제공인시험 분석기관(KOLAS)의 인증을 받은 식품안전센터를 운영 중이며, 월 단위 소요량을 예측·생산해 발주와 동시에 배송해주는 물류시스템도 새로 구축했다.

경쟁사들도 잇따라 센트럴키친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아워홈은 현재 80여 품목, 1,500톤 수준인 생산량을 내년까지 150개 품목, 3,0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고, 현대그린푸드(005440)는 올해 말 가동되는 스마트 푸드센터 내에 센트럴키친 라인을 설치할 방침이다. CJ프레시웨이(051500)는 지난달 농산물 전처리 전문업체 제이팜스·제이앤푸드를 인수했다.
/이천=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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