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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실·스펙트럼으로 읽는 '빛의 속성'

['프리즘…' 설치작가 11人 기획전]

쿠와쿠보 료타 ‘뷰 혹은 비전(View or Vision)’




가브리엘 다우의 작품(앞쪽)은 320개의 색실로 빛의 스펙트럼을 환상적으로 보여주고, 올라퍼 엘리아슨은 나무와 유리구슬을 소재로 독특한 시각경험을 제공한다./조상인기자


이불 ‘무제(인피니트 월)’


토마스 칸토 ‘기하급수적인 도심 교향악(Exponential urban Symphony)’


철컥이며 달리는 작은 기차가 컴컴한 방을 가로지른다. 암흑 속에서, 일순간 먹먹해진 감각은 기차의 전조등에 의지할 뿐이다. 기차는 터널을 지나고 세모꼴 아치들을 통과하며 검은 그림자 하나만으로 벽면에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어둠에 조금 익숙해진 눈이 바닥의 작품을 분간할 수 있을 무렵 감탄이 터져 나온다. 기찻길 주변에 놓인 것은 빨래집게와 둥근 테이프 심, 소쿠리와 깔때기 같은 ‘별스럽지 않은 물건들’이다. 일본작가 쿠와쿠보 료타는 ‘그림자’를 통해 존재를 이야기한다. 플라톤이 ‘이데아’론에서 얘기한 동굴과 그림자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에 대해 작가는 “그림자가 인간의 상상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해주는 장치”라고 말한다. 그림자에 대한 환호는 관객 각자의 추억이 얹혔기 때문이다.

예술이 깃든 호텔로 유명한 영종도의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내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가 빛을 주제로 한 기획전 ‘프리즘 판타지:빛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오는 8월 18일까지 개최한다. 국내외 주요작가 11명의 25점 작품을 선보였다.



료타의 작품이 어둠 속에서 만난 기발한 풍경이었다면 가브리엘 다우의 ‘플렉서스(Plexus) No.40’은 빛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실(絲)로 표현했다. 멕시코 태생의 다우는 어린 시절 경험한 풍경 속 햇빛에서 영감을 얻고 누이의 자수에서 착안해, 남성에게 금지된 여성의 도구인 ‘실’로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320개의 무지개색 실을 하나씩 바닥과 천장에 걸었다. 개방된 천장으로 태양광이 들어와 가늘고 촘촘한 실들은 쏟아지는 햇살 그 자체가 된다. 작품명 ‘플렉서스’는 신경,혈관이란 뜻도 갖고 있다.

반사·스펙트럼·환상 등 빛의 속성을 온몸으로 경험해보게 하는 체험적 성격이 두드러진 전시다. 얇은 거울판들을 원기둥 형태로 세워놓은 덴마크 작가 예페 하인의 작품은 단순한 구조지만 그 안에 들어서는 순간 미로 속인 듯한 혼란을 겪게 한다. 배우 이병헌·이민정 부부가 이 작품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최근 SNS에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다니엘 로진의 작품은 관객의 모습과 움직임이 그대로 작품에 반영되게 한 ‘인터랙티브 아트’이다. 작품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는 ‘거울 같은 그림’인데 연필스케치, 인상파 풍의 붓질 등 질감이 다채롭다. ‘펭귄미러’는 이번 전시 최고 인기작이다. 타원형 받침 위에 450개의 펭귄들이 등 돌린 채 서 있다가 관객이 다가서면 그 움직임에 반응해 돌아선다. 검은 등과 흰 배의 움직임이 시각적으로도 즐겁다. 작가가 펭귄 중 딱 한 마리만 받침 밖으로 빼뒀고 그 하나만 무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군중 속 고독한 존재다.

토마스 칸토의 거울방 작업은 영화 ‘메트릭스’를 방불케 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심 풍경에 소음까지 더했지만 이내 명상으로 이끈다. 작품 후반부에는 공간 전체가 솟구치는 느낌이 들어 ‘열반’을 상상할 수 있다.

해변의 조약돌을 나무조각으로 표현하고, 80개의 유리구슬로 우주를 구현한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도 볼거리다. 한국작가 이불과 칠레 태생 이반 나바로는 빛과 거울을 이용한 작품으로 ‘무한’을 경험하게 한다. 깨지는 거울과 총성으로 정신을 깨우는 이용백, 색유리를 통과한 빛의 움직임으로 사색의 시간을 만들어 주는 신봉철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줄무늬와 거울로 유명한 다니엘 뷔렌과 예페 하인의 모빌 작품은 그 자체로도 탁월하지만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도 손꼽힌다.
/글·사진(영종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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