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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슈퍼카, 고성능·브랜드 역사·희소성 삼박자…"車가 사람을 고른다"

■ '슈퍼카'란 무엇인가

F1 우승·레전드 레이서 있어야 명함

신차 공개때 수량 확정 "아무나 못 사"

국내 맥라렌 볼 확률 100만대 중 9대

2002년 페라리가 엔초페라리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 만든 슈퍼 카 엔초페라리. 349대 한정모델이었으나 전 세계에서 추가 생산을 염원해 51대를 더 생산하고 마지막 1대는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헌정했다./사진제공=페라




지난 2002년 파리모터쇼에서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 페라리는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스포츠카 ‘엔초 페라리(Enzo Ferrari)’를 발표한다. 단 349대 한정, 가격은 6만7,000달러(약 7억8,000만원). 판매에 나서자마자 엔초 페라리는 완판됐다. 사지 못한 전 세계 부호들의 불만이 들끓자 페라리는 마지못해 50대를 추가 생산했다. 그리고 2005년 마지막으로 만든 1대는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헌납했다. 이 차는 지구상에 총 400대만 존재한다.

자동차(Car)의 범주를 넘어선 ‘슈퍼카(Super Car)’란 무엇일까. 일반의 영역을 초월한 능력을 보이는 자동차일까. 힘으로만 보면 600마력 이상의 괴력을 내뿜는 BMW M5와 메르세데스벤츠 AMG의 GT 4도어 쿠페 63S도 슈퍼카라고 자부할지 모른다. 마세라티가 최근 내놓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 트로페오도 괴력이 슈퍼카에 준한다. 하지만 누구도 M5와 AMG GT 4도어 63S를 슈퍼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 차들은 초고성능(High Performance)차로 불린다.

슈퍼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가장 근접한 설명은 람보르기니를 거쳐 부가티 사장에 앉은 슈테판 빈켈만이 내놓은 바 있다. 바로 △최고의 디자인, 극한의 성능 △역사 △희소성이다.



사실 설명조차 필요 없다는 것이 빈켈만의 말이다. 슈퍼카를 도로에서 만나는 순간 ‘저것은 슈퍼카’라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우리는 도로에서 슈퍼카의 상징인 대기를 울리는 배기음이 멀리서 들리면 돌아본다. 그리고 다가오는 차가 일반적으로 눈에 익으면 안 된다. 보는 순간 “뭐야”라는 탄사가 나와야 한다는 것. 문 두 쪽이 하늘을 향해 열리는 걸윙도어(gull wing door) 같이 디자인에서 강렬함이 있어야 한다. 짜릿한 인상에 최대 12기통 엔진으로 하늘을 울리는 배기음과 땅에 붙어 제로백(시속 0㎞→100㎞)을 2~3초대에 끊는 성능은 기본이다.

슈퍼카는 디자인과 성능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동차 팬들이 열광하는 역사가 있어야 비로소 슈퍼카의 칭호를 얻을 수 있다. 전 세계에 “더 생산해달라”는 원성이 퍼졌던 엔초 페라리가 대표적인 예다. 엔초 페라리는 1929년 레이싱팀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만든 인물이다.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1988년까지 무려 5,000번의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며 최고의 레이싱 무대 F1의 살아 있는 역사가 됐다. 엔초 페라리를 기리는 차가 슈퍼카 엔초 페라리다. 전 세계 자동차 팬들이 더 생산해달라고 아우성을 친 데는 페라리의 빛나는 역사가 있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가 전투기 F-22 랩터를 본따 2007년 20대 한정으로 만든 레벤톤. 다양한 요구에 2009년 로드스터 모델 15대를 추가 생산했다./사진제공=람보르기니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도 페라리와 역사를 같이한다. 엔초 페라리가 농기계를 만드는 기업을 운영하는 페루초 람보르기니에게 “트랙터나 만드는 주제에 뭘 안다고”라고 한 독설이 세계 최고의 슈퍼카 브랜드가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는 것이 알려진 이야기다.

페라리는 독이 오른 람보르기니가 1967년 ‘미우라 P400’ 모델로 시속 275㎞를 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 기록을 갈아치우자 1968년 365 GTB4 데이토나로 다시 이 기록을 뒤엎기도 했다. 두 회사는 10년간 속도 경쟁을 벌였고 세계 최고의 슈퍼카 브랜드로 명성은 커져 갔다. 페라리의 무시에 포드가 슈퍼카 포드GT를 만들기도 했다.

맥라렌이 자사 레이싱팀의 전설적인 레이서 아일톤 세나를 기념하기 위해 2018년 제네바모터쇼에서 500대 한정 판매를 발표한 맥라렌 세나. 이미 완판됐다./사진제공=맥라렌


맥라렌 역시 찬란한 과거가 있다. 맥라렌은 1959년 22세의 나이로 F1에서 최연소 우승자가 된 브루스 맥라렌이 만든 레이싱팀이다. 맥라렌은 F1 역사상 최고의 레이서로 손꼽히는 브라질의 아일톤 세나가 전성기를 이끌었다. 브라질은 세나가 1994년 레이스 도중 사망하자 3일간 국가 추모 기간을 선포하기도 했다.

슈퍼카의 마지막 조건은 희소성이다. 한국에서 슈퍼카 브랜드의 차를 만나볼 확률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내에 등록된 페라리는 모두 1,103대다. 전체 차 등록대수(약 2,332만대)를 감안하면 100만대가 지나갈 때 47대만 볼 수 있다. 맥라렌(등록대수 212대)은 100만대 중 단 9대다.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전략이 “항상 수요보다 1대 적게 만든다”면 슈퍼카는 아예 “차가 사람을 고른다”가 철학이다. 당연히 아무나 슈퍼카를 살 수 없다. 소위 브랜드의 최고 고객(VVIP)에게만 판매 기회가 주어진다. 엔초 페라리와 라페라리 등 슈퍼카는 소수에게만 기회가 돌아간다. 전투기 F-22 랩터를 본떠 만든 람보르기니 레벤톤은 20대만 만들어 소수의 고객에게만 팔았다. 아일톤 세나를 기리는 맥라렌 세나(500대 한정)도 이미 다른 맥라렌을 소유해야 구매할 기회가 있다. 진정한 슈퍼카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차가 사람을 골라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페라리라 할지라도 캘리포니아T와 같이 일반인도 누구나 살 수 있는 모델은 슈퍼카로 불리지 않는다”며 “특별한 의미를 담고 한정 판매되며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더 높아지는 차가 진정한 슈퍼카”라고 설명했다. 약 7억원에 판매된 엔초 페라리는 관리가 잘된 모델의 경우 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빈켈만 사장은 “슈퍼카 브랜드는 슈퍼카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단서 하나를 더 붙였다.

슈퍼카를 넘어선 영역의 차도 있다. 이른바 ‘하이퍼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부가티다. 부가티는 페라리가 탄생하기 전인 1920년 ‘달리는 예술품’으로 불리는 타입(TYPE) 35 모델로 당대 레이스 대회에서 1,000번 이상 우승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100여년 전에도 부가티는 페라리의 성능에 롤스로이스의 품격을 더한 최고의 럭셔리카였다. 명성에 맞게 1,500마력을 내뿜는 하이퍼카 부가티 시론은 500대 한정 판매로 30억원을 호가한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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