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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필寫즉생…짝퉁, 필요악인가 독버섯인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발판 삼아

원조보다 나은 제품도 탄생하지만

전세계 위조품 거래액 年 575조

지재권 침해, 무역분쟁 불씨되기도





지난 2011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샤오미의 첫 번째 스마트폰 발표회. 조명이 켜지자 검정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을 한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무대 위로 올라섰다. 해외 언론들은 그의 모습을 두고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코스프레’라고 비아냥댔고 정보기술(IT) 업계는 샤오미의 스마트폰 ‘미원(Mi1)’을 ‘아이폰의 짝퉁’으로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 ‘대륙의 실수’라고 놀림받던 샤오미는 연간 30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4위의 스마트폰 제조기업으로 우뚝 섰고 레이 회장은 올 4월 회사로부터 1조원이 넘는 주식을 보상받으며 중국 최고 부호 중 한 명이 됐다. 짝퉁으로 손가락질받던 샤오미가 세계적인 IT 기업이 됐듯이 ‘짝퉁’은 단순히 모조품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위조품 및 불법 복제품 거래 규모는 연간 5,090억달러, 우리 돈으로 575조원에 달한다. 이는 세계 전체 교역량의 3.3%에 해당하는 수치다. 과거만 해도 질 낮은 단순 복제품으로 여겨지던 짝퉁은 나름의 기술발전을 거듭해가며 심지어 정품에 없는 기능이 새로 추가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굳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격언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전 세계 IT 업계를 주름잡는 화웨이와 텐센트 모두 선도기업에 대한 모방에서 시작됐다. 그 덕분일까. ‘짝퉁 왕국’으로 통하던 중국은 지난해에만 5만3,345건의 특허를 출원하며 일본과 한국을 제치고 미국(5만6,142건)에 이어 세계 2위의 특허 출원국에 이름을 올렸다.

짝퉁 시장의 원조 격인 명품 브랜드들에도 짝퉁은 사실 ‘계륵’과 같은 존재다. 얼마나 많은 가짓수의 짝퉁이 만들어지는지가 인기의 척도가 되기 때문에 유명 명품 브랜드들은 생각만큼 짝퉁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짝퉁 구매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명품 소비로 이어진다는 믿음에서다. 산업계에서는 선도제품을 베껴 만든 ‘미투’ 상품이 오히려 시장의 파이를 키워주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짝퉁을 마냥 ‘창조를 위한 필요악’으로 너그러이 바라보기에는 부정적 측면 역시 간과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견·대기업이 유사한 기술이나 제품을 들고 나오면 제대로 싹도 틔워보지 못한 채 고사할 수밖에 없다. 특허청이 2017년 말 중소기업의 상품 형태를 모방한 업체에 관련 제품의 생산·판매를 중지하도록 하는 첫번째 시정권고를 내린 이후 1년여 만에 부정경쟁행위 신고 건수는 100건을 넘어섰다. 또 대외적으로도 최근 한류 열풍을 틈타 동남아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중국계 짝퉁 한류 기업의 확산이 한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라지지 않는 짝퉁의 범람은 국가 간 무역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초 ‘위조·해적상품 거래와의 전쟁’ 각서에 서명하며 중국산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실제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는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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