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한진(002320)그룹 지분 추가 매수를 위한 2차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직접 펀드를 조성하지 않고 주주행동주의 전략을 펼치는 운용사와 손잡는 방식이 유력하다. 한진칼(180640)과 한진의 2대 주주인 KCGI는 이번 펀드로 내년 주주총회를 대비한 지분 다툼의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GI는 한진칼 지분 추가 매수를 위해 약 1,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7월께 완료할 것으로 전해졌다. KCGI와 뜻을 함께하는 복수의 운용사가 자금을 모으고 있는데 KCGI와 마찬가지로 기관투자가가 아닌 일반 법인과 자산가 등 개인투자자가 대부분이다. KCGI는 이번 펀드 조성이 완료되면 한진칼 지분을 5% 이상 매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은 지난 4월25일 기준으로 고(故) 조양호 회장이 17.7%를 갖고 있고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28.95%를 차지한다. KCGI는 14.98%, 국민연금이 4.11%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별세 후 지분 승계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원태 대표 등 자녀들의 지분은 6.95%다. 이 때문에 조 대표 측 등 오너일가도 내년 표 대결을 대비해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우호 세력을 확보하는 한편 백기사 등 신규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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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가 직접 펀드를 조성하지 않는 것은 공정거래법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KCGI가 한진칼의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자칫 투자자를 공개해야 할 수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운용사의 실질적인 지배관계와 투자 목적, 투자자 등을 살피게 된다”고 설명했다. KCGI는 별도 펀드 조성 이외에도 신탁 계정을 통해 직접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 계정을 통하면 투자자 공시 등이 제한될 수 있다. KCGI는 최근 다섯 번째 사모투자합자회사(PEF)를 만들었다.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 아래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유한회사를 거느리고 유한회사가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매입해왔기 때문에 추가 매수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KCGI는 한진칼 등 지분 매입 이후 주가 상승으로 현재까지 평가차익을 거뒀지만 실제 수익률로 보기는 어렵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로서 14년의 펀드 기간 내에 투자금을 회수할 때 나오는 수익률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수익률과 직결되며 올해 주주총회에서 실패한 주주권 행사를 내년에는 성공해야 기존 투자자가 동요하지 않는다.
/임세원 ·조윤희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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