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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與, 재정지출 늘리려 또 부자증세 들먹...조세 형평성 논란

고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 75% 책임지는데
"총선 후 대기업 등 증세 필요" 與 일각서 군불 지피기
"경제 최악인데 시기도 방법도 틀려" 비난기류 확산

  • 황정원,빈난새,정순구 기자
  • 2019-05-21 17:43:22
  • 정책·세금
[심층진단]與, 재정지출 늘리려 또 부자증세 들먹...조세 형평성 논란

여권 일각에서 확장적 재정 지출에 따른 재원 확보를 위해 대기업 및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증세(增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조세부담 비중이 큰 대기업 및 고소득자만 높여온데다 역성장 쇼크를 기록한 1·4분기 경제성장률과 고용사정 등 경기 악화를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증세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복지 등 의무지출 늘리려 세입 확충 논의 앞당기나=21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너무 낮다.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권고한 만큼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증세를 하더라도 서민이나 중소 자영업자의 반발은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재정 지출 확대에 따른 세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증세가 ‘당론’은 아니라며 선긋기에 나섰다.

여권 일각에서 증세 논의가 다시 불거진 것은 문재인 정부가 펼치고 있는 대대적인 재정 확대 정책을 뒷받침하려면 세입 확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사업과 같은 ‘경직성 예산’인 의무지출이 빠르게 늘면서 재량 지출 규모를 넘어섰고 올해 비중이 51%(239조원)에 달한다. 의무지출은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만큼 의무지출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그만큼 세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고령화로 인해 의무지출 증가 속도가 차곡차곡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재정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요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는 2018년 30조8,000억원, 2019년 9조2,000억원을 거쳐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적자(-13조7,000억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으로 대표적인 재정건전성 지표다.

◇국민 부담 알레르기 반응에 핀셋 증세만=이미 현 정부 출범 후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과세는 꾸준히 강화됐다.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늘렸고 40%였던 소득세 최고세율도 42%로 인상했다. 또 올해부터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은 2.0%에서 3.2%로 인상됐다. 임대소득과세 역시 강화해 올해부터 연간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과세를 시행하고 있다. 신용카드소득공제 축소나 소주·맥주 가격을 올리지 않고 추진한다는 주세 개편 논란에서 보듯 전체 국민 부담을 늘리는 방안은 외면한 채 전체 세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과 고소득층만 집중적으로 노린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총급여 상위 10% 고소득자의 소득 및 납부세액 비중은 전체 근로소득의 32.1%, 근로소득세 납부액의 75.0%를 차지했다. 반면 근로자 1,800만명 가운데 41%인 740만명이 각종 공제·감면을 받아 근로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수입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이 지난해 기준 21.2%여도 조세형평성이 왜곡돼 세 부담이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쏠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저소득층은 물론 중간소득 이하 근로자의 세금 감면을 늘려주면서 ‘국민 개세주의’라는 조세 원칙은 사라졌다.

법인세수 역시 지난해 총 70조9,000억원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3.7%와 8.2%에 달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 내부적으로도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향한 핀셋 증세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입 확충을 위한 방향은 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줄이고 중산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전체적인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며 “언젠가는 반드시 국가적으로 논의돼야 할 내용이지만 어느 정부에서 이런 부담을 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기도 방법도 문제=한국 경제는 지난 1·4분기 -0.3% 성장률에다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10.8% 급감했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경영부담 증대로 인해 위축된 투자심리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법인세율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4개국이 최근 5년 새 경쟁적으로 인하해온 반면 우리만 세율을 올려 기업환경에 악영향을 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35%에서 21%로 파격 인하했고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도 34%에서 20%대 초반까지 낮췄다. 스위스는 유럽연합(EU)의 인상 압박에도 국민투표를 통해 21.1%의 세율을 유지했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면 국민들의 반발이 크더라도 전반적인 소득세 체계를 개편해 전체 계층이 함께 부담을 나누는 식의 정공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고소득층에게만 집중하는 증세 방안으로는 세수 확보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정순구·빈난새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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