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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웅걸 전주지검장 "개혁 명분으로 검찰 장악해선 안돼"

"현행 개혁안은 검찰 본질적 기능 훼손

中장기집권 만든 국가감찰위 닮은꼴" 주장

지난해 이어 내부망에 두번째 공개비판

윤웅걸 전주지검장. /전주=연합뉴스




윤웅걸 전주지검장(52·사법연수원 21기)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 무력화나 장악을 위한 시도라고 주장하며 공개비판했다. 검사장급으로는 송인택 울산지검장에 이어 검찰개혁안에 대한 두 번째 공개 반대의사 표명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지검장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검찰개혁론2’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현행 검찰개혁안을 비판했다. 이 글에서 윤 지검장은 “서구 선진국 제도를 제쳐놓고, 굳이 다른 길을 걸어온 중국의 제도를 그대로 베껴 도입함으로써 검찰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방법을 택한 것은 잘못이다”며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을 장악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지검장은 “독일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의 비대화와 독자적 수사권 행사가 문제 돼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전제로 경찰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논의됐다”며 “사법제도 개혁은 다른 나라의 사법제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논리에 치우쳐 진행되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탄 고위공직자수사처 도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윤 지검장은 “중국의 국가감찰위원회는 한국에서 추진하는 공수처와 닮았다”며 “국가감찰위원회는 부패 척결을 명목으로 효율적으로 정적을 제거하는 등 통치권자인 주석의 권력 공고화와 장기집권에 기여하고 있다는 언론의 평가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윤 지검장은 인사권 제한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지검장은 “현재 검찰개혁안과 같이 권력의 영향력은 그대로 두고 검찰권만 약화시킬 경우 검찰의 정치 예속화는 가중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검사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해서라도 검사들이 과도하게 직접수사권을 행사하는 관행은 줄어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지검장은 지난해 11월에도 검찰 내부통신망에 “경찰에 독점 수사권을 주는 조정안은 중국식 공안 사법제도와 다를 바가 없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윤 검사장은 “정부 수사권 조정안이 경찰에 불기소 종결권 부여,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데 이는 중국 제도와 유사하다”며 “시행될 경우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면서 검사의 사법적 통제를 받지 않는 상황이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안은 범죄 대부분에 대한 수사권을 행사하며 수사지휘 등 통제를 받지 않는다.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 내부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6일에는 송인택(56·사법연수원 21기) 울산지검장이 국회의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찰개혁 및 현행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공개적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송 지검장은 이메일을 통해 국회에서 추진 중인 검찰 개혁안은 그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송 지검장은 “검사의 직접 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개혁 방향이 변질됐다”며 “공안과 특수 분야 수사의 보고체계와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꿔야 수사의 독립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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