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득식 전 기무사령관 변호인단 측이 법원에 직권남용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배 전 기무사령관측 변호인으로 13년 전 ‘직권남용죄’가 위헌이라며 소수의견을 냈던 전 헌법재판관이 참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정농단을 비롯해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등에서도 관련자들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무더기로 적용됐던 만큼 이번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위헌 논란이 다시 불붙으며 관련 재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배 전 기무사령관의 소송대리인 중 한 명인 배보윤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등법원 제13형사부에 ‘직권남용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를 접수했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법원에서 재판 중인 구체적인 소송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 문제일 때, 법원이 직권으로 혹은 소송당사자의 신청을 받아들여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판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는 것을 말한다.
배 변호사와 함께 배 전 기무사령관의 변호를 맡고 있는 권성(78) 변호사는 13년 전인 지난 2006년 직권남용죄 헌법소원심판에서 “정치보복에 이용될 수 있다”며 소수의견인 위헌을 주장했던 헌법재판관 출신이다. 권 변호사는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기관이 조사할 때 일관성 있게 판단하기 어렵고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다고 비판했었다. 권 변호사는 당시 헌재 결정문에서 “모호한 직권남용죄 조항은 정권 교체 후 정치적 보복을 위해 전(前)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 데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공직자를 상징적으로 처벌하는 데 이용될 위험성도 매우 크다는 의미다.
배 전 기무사령관 측의 위헌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과 동시에 해당 법률은 그 효력을 상실하고, 소송당사자는 위헌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만약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소송당사자는 헌법소원 형식으로 헌재에 직접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판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앞서 배 전 기무사령관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1년 3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기무사 대원들에게 여권 지지·야권 반대 등 정치 관여 글 2만여건을 온라인상에 게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아 직권남용이 유죄로 인정됐다.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측도 검찰의 수사가 직권남용죄를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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