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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혈액투석병원 좀 만들어주세요"…청와대 청원 올라온 호소

필요환자 급증하지만 투석치료 병원 46% 수도권 밀집

그나마 야간에 실시하는 병원은 정보공개도 '깜깜이'

신장질환자가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 모습./연합뉴스




# 경북 의성군에 사는 김모(55) 씨는 집 근처에 혈액투석 병원이 없어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병원에서 혈액투석치료를 받고 있었다. 지난 2017년 어느 주말 그는 고칼륨증 증세를 보였고 긴급 혈액투석을 받지 못해 심장마비로 결국 숨졌다. 신장질환의 합병증인 고칼륨증이 나면 30분 내에 혈액투석치료를 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

# 전남 함평군에 살고 있는 박모(43) 씨는 혈액투석을 위해 5년째 무안군에 위치한 병원에 다니고 있다. 대중교통으로 왕복 2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다. 투석치료로 체력이 떨어지거나,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근처 모텔을 잡아 아예 숙박하고 가기도 한다. 모텔 비용은 약 4만원이다. 투석 비용으로 매달 약 17만원을 지출한다.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힘들지만 혈액 투석은 그의 생명과 직결된 치료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만성신장질환으로 혈액투석치료를 받는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투석을 실시하는 병원은 충분하지 않아 환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 수는 7만 3,059명이었다. 2010년 3만 9,509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7년 만에 약 두 배가 된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고혈압 환자 수가 510만명에서 628만명으로, 당뇨병 환자수가 201만명에서 303만명으로 늘어났다고 집계했다. 고혈압과 당뇨병의 합병증이 신장 질환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혈액 투석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환자도 크게 늘어난 셈이다.

환자 수에 비해 혈액 투석을 실시하는 병원 수는 태부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혈액 투석을 실시하는 병원은 전국에 1,075곳이다. 그나마도 병원의 46%(465곳)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해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은 교통비와 시간을 들여 인근 도시로 이동해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혈액을 몸 밖으로 뽑아내 기계를 통해 노폐물을 거른 뒤 다시 체내로 집어넣는 혈액 투석은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하게 된 만성 신장병 환자가 주기적으로 받는 치료다. 일반적으로 주 3회 받으며, 시간은 1회 4시간씩 걸린다. 비용은 14만 6,000원으로 정액수가제며, 이 중 90%를 국가가 부담하고 10%는 환자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자주 받아야 하고 치료시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신장병환자가 살고 있는 도시에 혈액투석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한 신부전증 환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직장생활을 하는 신장질환자라면 혈액투석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 더욱 힘들다. 야간투석을 하는 병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국에 야간혈액투석병원 좀 만들어주세요“ 라는 글이 올라왔다. 직장 문제로 이사를 하려 하는데 해당 지역에 야간투석을 하는 곳이 없어 이사를 포기할까 생각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청원인은 본인이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투석을 받는 신부전 환자라고 밝히며 “새만금개발공사에 취직해 군산으로 이사를 갈 것 같다. 그런데 군산에 야간투석을 하는 병원이 없어 전주에서 야간 투석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며 “솔직히 군산에서 야간혈액 투석이 시행이 안 되면 이사는 못 갈 것 같다”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군산에서 약 45km 떨어져 있는 전주까지 이동하는 데는 차로 약 1시간이 걸린다.

신장병 환우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야간 투석을 실시하는 병원에 대한 정보를 묻고있다./커뮤니티 캡처


야간 투석을 하는 병원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취합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환자들을 더욱 불편하게 하고 있다. 신장병 환우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 근처에 야간 투석을 실시하는 병원이 어디 있는지 묻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병원과 약국 위치 및 운영 정보를 제공하는 심평원 사이트에도 야간 투석 병원에 대한 정보는 나와 있지 않다. 투석을 실시하는 병원의 리스트만 뜰 뿐, 야간 투석 치료를 실시하는 지 여부는 각 병원에 직접 전화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대한신장학회 홈페이지에도 투석전문의 유무 등은 나와 있지만 야간 투석을 실시하는지 여부는 제공하지 않는다.

사단법인 신장장애인협회 측은 “협회가 심평원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혈액투석 실시 병원을 확인한 결과 부정확한 정보가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 1~2년에 한 번씩 각 병원에 전화를 돌려보는데 폐업하거나 더 이상 투석을 실시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병원에서 야간 투석을 실시하는지 병원 리스트 정도는 체계적으로 정리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측은 “현재 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야간 투석 실시 여부를 확인하기는 힘들다”면서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신고할 때 진료시간은 필수 제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야간 투석 실시 여부를 시스템상으로 구축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이미경기자 seoul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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