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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아주 작은 수집의 힘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미술시장은 상품시장과 다른 독특함이 있다. 미술품은 소비해 없어지지 않으며 오랜 시간이 지나 상상할 수 없는 금액까지도 오를 수 있다. 물론 개인이 구매하기에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거니와 삶에 불요불급한 것이기에 수요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존재하는 오래된 미술품들은 과거 누군가가 수집한 것이고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감상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미술품을 구매하는 수집가, 즉 컬렉터가 없다면 동시대의 미술을 향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컬렉터란 수집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우표나 고서적·고지도·미술작품 등 수집 대상도 다양하다. 미술작품 수집은 기본적으로 예술을 즐기고 이해함으로써 삶의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얻기 위한 것이다. 컬렉터들은 대부분 아주 작은 미술품 하나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해 취미로 이어가는데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미술품의 장르와 시대, 표현 방식 등 일관된 컬렉션을 추구하게 된다.

소장한 작품과 수집하고 싶은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분석하려는 욕구는 전문가의 조언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직접 예술을 공부하거나 특정 영역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까지 하면서 자기계발의 과정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결국 컬렉터의 수집에 대한 철학을 형성하고 전문가로의 성장을 이끌어낸다.



또 미술품 수집은 예술가들의 교류와 후원 활동에 따른 즐거움이라고 볼 수 있다. 컬렉터들은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미술시장에서 작가의 위치와 성장 가능성 등을 사전에 분석하고 더불어 작가와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작가의 숨겨진 가능성을 예측하는 안목을 기르고 적은 예산으로도 좋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으며 더불어 작품 구매로 작가를 후원할 수 있다.

이처럼 미술품 컬렉터의 수집, 즉 작품 구매는 단순히 부(富)를 위함이 아니라 예술가를 지원하고 나아가 컬렉션 기증을 통한 나눔의 문화, 즉 사회적 기여로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미술시장의 컬렉터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들이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작가와 작품을 아끼고 부단히 공부하며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누구나 컬렉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수집이 작가에게 창작의 힘을 주고 다음 세대에 가치 있는 미술품으로 남을 수도 있다. 세종미술관에서도 올해부터 단순한 소장품 전시가 아니라 인물을 중심으로 컬렉터들의 삶과 작품의 인연을 조명하는 컬렉터전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전시를 통해 컬렉터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그들의 철학과 수집 과정에 관심을 갖는 문화가 확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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