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가 마비된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아바타를 조종하고,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이 전기자극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의족을 한 채 장애물을 넘고….’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이 2016년 처음 주최한 뒤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사이배슬론’(Cybathlon)의 주요 경기 종목이다. 사이배슬론은 인조인간을 뜻하는 ‘사이보그’와 경기를 지칭하는 ‘애슬론’을 합친 말로 장애인이 로봇 등을 착용하고 겨루는 대회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24일 내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2회 사이배슬론 대회를 겨냥한 시연회와 출정식을 개최했다. 이 대회에는 공경철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팀과 나동욱 세브란스 재활병원 교수팀을 중심으로 재활공학연구소·영남대·국립교통재활병원·선문대·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스톡스 등이 합심해 참여한다.
공 교수팀은 1회 대회에서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 출전해 3위에 올랐다. 앉고 서기, 지그재그 걷기, 경사로를 걸어올라 닫힌 문을 열고 통과해 내려오기, 징검다리 걷기, 측면 경사로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 코스 중 5개를 252초에 통과했다. 내년에는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을 위해 개발한 보행 보조 로봇을 내세워 우승을 노린다. 공 교수는 “사람의 다리 근육 구조를 모방해 설계했는데 양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 예정”이라며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동작으로 대회 미션을 구성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로봇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제작하기로 했다.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은 “정부는 사이배슬론 대회 출전 뿐만 아니라 장애인용 로봇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출정식에서는 지난 대회에 출전한 김병욱 선수 등 7명의 선수 후보를 선보였는데 11월께 선수 1명과 보궐선수 1명을 뽑게 된다. 김 선수는 1998년 뺑소니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20년 가까이 휠체어에 의지해왔다. 그는 “로봇을 활용해 두 다리로 처음 섰던 날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그날 밤 아내 몰래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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