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반도 24시] 무역분쟁, 이제 시작이다

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뛰어난 협상가이자 전략가인 트럼프

習 체면 살리고 부분 실리 챙기며

내년 선거까지 中때리기 장기화 전망

韓정부 원칙수립·입장표명 필요

한동훈 가톨릭대 교수




미중 정상이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 거래를 허용하겠으며 블랙리스트 해제는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다. 중국인 유학생에 대해서는 중국 학생들의 유학을 환영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으나 학자나 화웨이 관련 기술자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언론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립서비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은 겨우 협상 재개에 합의했을 뿐이며 설사 화웨이의 숨통을 조금 풀어주더라도 전면 제재 해제는 없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다른 기업들도 활용 가능 카드로 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조급한 기대를 하지 않고 있고 일괄타결할 마음도 없어 보인다. 첫째, 미중 무역분쟁은 패권전쟁과 체제·이념 전쟁의 일부로서 시작단계에 불과하며 금융전쟁·기술전쟁 등 다양한 전선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총체적 합의의 도출은 어렵다. 둘째, 상대방인 중국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체면을 고려하더라도 무조건 항복 같은 결과는 도출될 수 없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문화에서는 국가와 지도자의 체면이 우선일 것이다. 트럼프는 크고 무리한 요구를 한 다음 상대 체면을 살려주면서 부분적 실리를 챙기는 싸움 방식을 지속할 것이다. 셋째, 중국 때리기 카드는 북핵 컨트롤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며 북한을 카드로 사용해온 중국이 미국의 공세 앞에 쩔쩔매는 모습을 북한에 보여주는 효과가 있으며 아울러 중국의 북한 감싸기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경제분쟁이 쓸모 있다고 트럼프는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넷째,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중국 때리기 카드는 승패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불리한 판세에서 재선에 성공한 것은 총 득표수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선거인단 제도 및 일부 지역 재검표 결과에 대한 법원 판결의 덕을 보기도 했지만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유권자들의 초당파적 애국심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로서는 선거 전에 무역분쟁이 대승으로 종결되는 것보다 연속으로 전해지는 승전보에 더해서 선거 당시에 분쟁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더 유리하다. 중국이 통 큰 양보로 분쟁 종결을 제안해도 트럼프는 받아들이지 않고 질질 끌 것이다. 오히려 중국이 파격적인 양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정도로 분쟁해결 수위를 조절해갈 것이다. 트럼프는 임기 내내 중국 때리기를 지속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행보로 판단할 때 트럼프는 뛰어난 협상가이자 전략가이다. 물론 도덕적 측면은 논외다. 첫째, 탁월한 현실감각이다. 쌍방의 힘과 강약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고 힘을 어떻게 사용하고 절제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둘째, ‘정치적 옳음(political correctness)’을 의식하지 않음으로써 행동의 자유를 창출하고 있다. 셋째, 싸움 룰을 결정하고 주도권을 쥐는 방법을 안다. 이순신 장군,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한 영국 해군, 알렉산더, 한니발, 스키피오 등 전쟁 대가들의 공통된 특징은 이들이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에 성공한 싸움 방식의 혁신가였다는 점이다. 트럼프를 같은 수준에서 논할 수는 없지만 그는 뛰어난 싸움꾼임이 분명하다. 경쟁국 때리기를 하면서도 우방도 가리지 않고 때리는 트럼프의 좌충우돌에도 이 싸움은 단순한 경제전쟁이 아니라 가치전쟁·이념전쟁이므로 우방국이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런 트럼프가 우리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고 시진핑도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무역분쟁의 영향을 가장 받는 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다. 세계적인 교역위축,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의 단가하락, 중국 편중 수출구조, 제조업 경쟁력 하락의 영향을 동시다발로 받으며 통상대국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양국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 상황은 오래갈 것이며 우리 정부의 분명한 원칙적 입장 수립과 적절한 천명이 필요하다. 기업에 대해 온갖 간섭을 하면서도 정부가 책임질 국가 차원의 사태에서 발을 뺀다면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존중하겠는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