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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준도 없고 절차적 정당성도 결여된 자사고 폐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의 무더기 폐지를 결정하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9일 올해 평가 대상 13개 자사고 가운데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등 8개교가 재지정 기준을 밑도는 점수를 받아 지정 취소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거쳐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와 진보 교육감들이 합작해 42개 자사고를 순차적으로 없애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결정의 문제로는 우선 정권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자사고 정책과 자주 바뀌는 고무줄 평가 잣대를 지적할 수 있다. 본래 자사고의 전신인 ‘자립형사립고’는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자사고 수가 크게 늘었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재지정 기준 점수도 박근혜 정부 때 60점이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다시 70점으로 올렸다. 배점 기준에서도 교육의 질 관련 점수는 줄이고 사회통합전형 노력 등 자사고에 불리한 배점은 늘렸다.

두 번째 문제점은 평가 과정이 ‘깜깜이’로 진행되면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별 점수를 공개하지 않아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평가위원 명단과 심의 일정·장소를 모두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세 번째로 국가 미래보다는 표심을 의식하는 포퓰리즘에 빠진 교육감들이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수월성·다양화 교육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자사고만 폐지된다면 고교 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와 함께 자사고가 사라지면 특정 고교로 쏠림 현상이 생기면서 ‘강남 8학군’이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신의 자녀들을 자사고나 특목고에 입학시켰던 진보 성향 교육계 인사들이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내로남불’ 행태라는 냉소적 비판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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