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 때 여행 계획이 없더라도 김영하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를 읽으면 꼭 여행이 가고 싶어질 것이다.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여행하는 인간’ 김영하는 책에서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삶에 대한 통찰을 아홉 개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작가 자신의 첫 해외여행을 비롯해 부모님을 처음으로 해외여행 보내줬던 경험 등이 아련하면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 등 작가의 취향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때문에 책은 여행자들에게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추천할 만하다.
모니카 드레이크 등 뉴욕타임스(NYT) 여행 칼럼니스트가 공동 집필한 에세이 ‘작가님 어디 살아요?’는 ‘문학 순례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마크 트웨인의 하와이부터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사이공(현 호찌민),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 등 문학 작품 속의 도시들이 이곳으로 오라고 유혹을 한다. 특히 ‘뒤라스의 베트남, 금지된 사랑과 문학’은 베트남 여행을 계획한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호찌민시보다 밀회를 즐기기에 더 좋은 곳은 없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챕터에는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뒤라스의 자전적인 소설 ‘연인’에 얽힌 이야기들이 문학적 판타지를 자극한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무색하게 하듯 휴가철은 유기견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즌이다. 시집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는 유계영, 김상혁, 박준 등 반려견과 함께 사는 20명의 시인이 반려견과의 만남, 생활, 이별 등을 노래했다. 40편의 시와 20편의 짧은 산문에 시인과 반려견이 함께 찍은 사진은 뭉클함을 더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 등으로 스타 소설가가 된 김애란은 등단 17년 만에 에세이 ‘잊기 좋은 여름’을 출간했다. 17년 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에는 인간 김애란과 그를 둘러 싼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담겨있다. 앤드루 포터의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누구에게든 하나쯤 있는 ‘지워지지 않는 어떤 순간’을 회상하고,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그 기억에 아파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편안한 언어로 그려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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