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16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위험에 처한 것은 유럽 측의 오만한 태도 때문이라고 맹비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이날 테헤란에서 이란 성직자들을 만나 “우리와 유럽 사이에서 (핵합의를 둘러싸고) 생긴 문제는 그들의 오만하고 건방진 접근 방식 탓”이라며 “약한 국가에는 그런 오만함이 통하겠지만 우리와 같이 강한 상대 앞에선 필연코 실패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외무장관에 따르면 이란은 핵합의를 모두 지켰는데 유럽은 우리와 약속한 11가지 모두를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라며 “이런 뻔뻔하고 오만한 경우가 어디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을 때까지 참은 우리가 핵합의 이행을 줄이겠다고 하자 그제야 우리에게 (대화하자며) 다가왔다”라며 “유럽이 그렇게 나오는 이상 핵합의 이행을 줄이는 결정을 계속 실행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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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합의는 지난해 5월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하고 올 5월에는 이란이 핵합의 의무이행 사항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선언하며 위기를 맞았다.
이란은 지난 7일을 기점으로 핵합의에서 제한한 저농축 우라늄 저장한도 300kg과 우랴늄 농축도 상한인 3.67%를 모두 넘긴 상태다. 그러면서 다시 60일 안에 유럽이 이란산 원유 수입 등 핵합의에서 약속한 의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이란의 유조선을 억류한 데 대해 ‘해적질’이라고 규정하고 “마치 합법인 것처럼 위장하는 영국의 범죄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대응 조처를 지시했다.
앞서 영국군은 지난 4일 지브롤터 당국과 함께 유럽연합(EU)의 대(對)시리아 제재를 위반하고 시리아에 원유를 공급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를 억류한 바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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