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7일(현지시간) 지난해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미국인이 6만8,557명으로 전년(7만2,287명) 대비 5.1% 감소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미국에서 연간 약물중독 사망자 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발표가 잠정치이기는 하지만 CDC는 추가 사례가 발견되더라도 6만9,000명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80년대 후반까지 1만명을 밑돌던 미국 약물중독 사망자 수는 1990년대 들어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1999년부터 2017년까지는 증가속도가 가팔라지며 18년 사이 4.2배나 늘어났다.
■약물중독 사망 어떻게 줄었나
정부 ‘오피오이드와의 전쟁’
불법 처방·유통 단속 ‘성과’
미국 내 약물중독 사망자가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오피오이드와의 전쟁’ 선언 이후 대대적인 마약 단속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자 2017년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오피오이드 불법처방 단속을 강화했다. 올 4월에는 오피오이드 불법 처방·유통에 가담한 의료인 60여명이 무더기로 기소됐으며,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시작됐다. 중국·중남미 등 마약 수입국에 단속 동참을 요청한 결과 중국으로부터 합성 오피오이드계 진통제인 펜타닐 통제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 결과 오피오이드 관련 사망자는 2017년 약 4만9,000명에서 2018년 4만7,600명으로 감소했다.
다만 행정부의 강력한 오피오이드 통제로 약물중독 사망자가 감소하기는 했지만 오피오이드 외의 다른 약물 사망자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코카인 과다복용 사망자는 2017년 1만5,000명에서 2018년 1만5,700명으로, 정신자극제 관련 사망자는 같은 기간 1만800명에서 1만3,000명으로 각각 늘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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