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들이 일본계 금융사로부터 빌린 차입금은 180억달러(약 21조원)로 이 중 40%가 1년 내 만기도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금융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고 영향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금융사들이 만기 연장을 거부하기 시작하면 일본계 자금의 연쇄 이탈은 물론 글로벌 자금의 이탈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국내 금융사의 일시적 조달금리 상승 등 예상치 못한 악재도 발생할 수 있다.
22일 본지가 김종석 자유한국당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융권역별 일본계 외화차입금 규모 및 만기도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증권사·여신전문금융사의 차입규모는 180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국내 시중은행의 일본계 외화차입 규모는 공개됐지만 여전사나 증권사 등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의 대일본 외화부채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금융권역별로는 은행이 92억6,0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여전사(83억달러), 증권사(4억8,0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180억달러에 달하는 일본계 외화차입금 가운데 만기가 1년 미만인 것은 72억1,000만달러(40%)로 나타났다. 은행의 경우 54억3,000만달러(58.6%)의 상환시점이 1년 안에 몰려 있다. 전체 차입금 가운데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금액만 39억7,000만달러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불안 심리를 조장할 수 있다며 만기별 자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계 외화차입금 40%의 만기도래 시점이 1년 이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장기화하거나 갈등이 깊어지면 만기연장을 거부하는 등 금융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일본계 자금이 대거 이탈하거나 국내 금융사들의 일시적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 일본계 자금 유출이 한국 자금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일으켜 다른 외국계 자금의 이탈 가능성도 커지는 등 자금경색을 유발하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일본의 금융 분야 보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안이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 위원장은 최근 “우리 금융 부문의 경우 전반적으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고 대체 가능성이 높으며 외환보유액도 충분한 수준”이라며 “설사 일본 측이 금융 분야에 보복조치를 부과하더라도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김종석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본계 외화차입의 만기가 1년 이내에 집중돼 있어 금융보복 시 우리 금융회사의 단기 외화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더 치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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