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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노사 전환배치 대타협...로테르담항만 자동화로 생산성 50%↑

[한국판 노동 4.0 大計 만들자]

<상> 노동 定義부터 재정립하라 -유럽 현지서 본 노동 4.0

기존 인력 '무인화 체계' 재교육...인건·연료비 37% 절감

네덜란드는 독립된 위원회 구성, 디지털화 쓰나미 대비

獨, 인더스트리4.0과 병행...고용시장 지각변동 선제대응

유럽 최대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만 유로맥스 터미널에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정박해 있고 그 위로 대형 크레인이 자동으로 컨테이너를 육지로 옮기고 있다. /로테르담=한재영기자




유럽 최대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만 마스플락터 2터미널. 지난 18일(현지시간) 찾은 이곳은 인기척 없이 적막함만 가득했다. 쭉 뻗은 1㎞ 길이 안벽에 붙어 북해(北海)를 향해 도열한 높이 150m짜리의 크레인 11개가 선박에 쌓인 컨테이너를 소리 없이 하나씩 육지로 실어나를 뿐이었다. 운전석조차 없는 기이한 모양의 자동이송차량(AGV)은 레일을 따라 움직이듯 정확한 경로로 컨테이너를 자동화 야드로 운반했다. 자동이송차량은 물론 대형 크레인, 자동화 야드 그 어디에도 사람은 없었다. 축구장 3,000개 넓이 로테르담항만 야드의 주인은 분명, 로봇이었다. 로테르담항만의 한 관계자는 “자동화 항만에는 사람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고 했다.



◇로테르담항만, 인력전환배치로 위기극복=로테르담항만은 올 상반기 75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 물량을 처리했다. 1년 전보다 6.4% 늘어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세계 최대 2만3,000TEU급 컨테이너 선박 326대가 실어날라야 하는 엄청난 물량이다. 효율성의 비결은 2015년 도입한 자동화다. 네덜란드 해운·물류 시장조사업체 디나마르는 유럽의 완전무인화가 터미널 생산성을 50%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인건비와 연료비는 37% 절감할 것으로 추정됐다.

자동화 도입에 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동화는 노동자를 자극했다.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위기감에 노동자는 결집했다. 하지만 끈질긴 노사정 대화는 결국 타협을 이끌어냈다. 이른바 ‘더치병(病)’ 극복 열쇠가 된 지난 1982년 ‘바세나르 협약’ DNA가 발휘됐다. 기존 인력을 무인 터미널체계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로 재교육해 공급하고 직무전환 교육이 어려운 인력은 다른 터미널로 전환해 고용을 일정 기간까지 유지해주기로 했다. 항만공사와 터미널 운영사들은 공동 기금을 조성했다. 항만 관계자는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직접 운반하던 인력은 사라졌지만 항만 운영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특화된 인력 수요는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터미널을 운영하는 인력은 상황실에서 조이스틱을 조작하고 모니터링하는 수십 명에 불과했다.

로테르담항만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나타날 전 세계 산업 현장의 축소판이다. 네덜란드는 항만에 불어닥쳤던 자동화·디지털화의 쓰나미가 전 산업으로 확산할 것에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노사가 하나 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올해 기술 발전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정밀 분석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했다.



톤 숀메커 네덜란드경영자연합(VNO NCW) 본부장은 “위원회가 낸 결론을 바탕으로 노조와 대화할 것”이라면서 “노사가 합의한 내용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동화 물결을 기회로 삼기 위해 노사가 서로를 타협과 연대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노사가 극렬히 대립하고 정부는 양쪽 눈치만 살피며 복지부동하는 우리 현실과 대비된다.



◇獨, 인더스트리 4.0과 노동 4.0 병행=4차 산업혁명의 발상지로 ‘인더스트리4.0’을 태동시킨 독일은 한 발 더 앞서 있다. 독일 정부는 자동화·디지털화, 나아가 노동의 가치 변화, 인구구조 변화가 불러올 노동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그 심각성과 대비책을 집대성한 보고서가 2017년 발간된 ‘노동4.0 백서’다. 독일 정부는 산업 정책인 인더스트리4.0을 노동4.0으로 대표되는 노동·교육 정책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적극적인 노동자 재교육이 대표적이다.

독일 정부는 인더스트리4.0이 필연적으로 고용시장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 독일 연방노동청 산하 노동연구소(IAB)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오는 2035년 독일에서 146만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140만개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화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기만 하는 순감(純減)의 형태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엔조 베버 IAB 박사는 “디지털화 시대에는 없어지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면서 “생겨나는 일자리의 대부분은 전문 지식을 보유한 고숙련 일자리”라고 말했다. 실제 독일 시스템반도체 업체 인피니온 드레스덴공장은 자동화 수준이 90%까지 올라섰지만 지난 10년간 인력은 약 2,000명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단지가 밀집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는 독일 내에서도 가장 기민하게 노동4.0에 대응하고 있다. 베케 랑 주정부 경제부 노동정책 팀장은 “탄광 같은 전통산업이 발달했던 곳이라 산업 패러다임 변화 경험이 많다”면서 “4차 산업혁명 물결도 결코 피할 수 없다고 보고 노동자들을 재교육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찾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조도 자동화 흐름을 결코 ‘막아서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기회로 본다. 독일 금속노조인 이게메탈 뒤셀도르프지부의 가비 쉴링 ‘노동2020 프로젝트’ 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노동자들에게도 숙명”이라면서 “새로운 시대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는 게 문제지 공포에만 떨고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로테르담·뉘른베르크·뒤셀도르프=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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