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시위 주도자들과 미국 영사와의 만남을 근거로 ‘미국 배후설’을 본격 제기하자 미국은 영사의 신원을 공개한 중국을 향해 ‘폭력배 정권’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홍콩 시위 사태가 무역전쟁에 이어 환율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기름을 붓는 양상이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미국 외교관의 개인정보와 사진, 자녀의 이름까지 누설하는 것은 정상적인 항의로 생각되지 않는다”며 “그것은 폭력배 정권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친중 성향의 홍콩 매체들은 지난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의 주역이자 최근 홍콩의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조슈아 웡 등이 6일 홍콩의 한 호텔에서 미국 영사와 만났다고 보도하며 영사의 실명과 직책은 물론 자녀의 이름까지 공개했다.
홍콩 주재 중국 외교부 사무소는 보도가 나온 직후 “홍콩 시위의 배후가 미국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주장하며 미 영사관 고위급 관원을 초치해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시위가 반(反)중국 시위로 확대되며 두 달 넘게 계속되자 중국 정부는 홍콩 정부와 경찰에 ‘무관용’의 강경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우산혁명을 강제 진압했던 강경파 2인자를 재기용하며 더욱 공세적인 자세로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홍콩 정부는 9일 전직 경무부처장인 앨런 로를 6개월 시한의 임시직책인 ‘특별직무 부처장’으로 임명하고 오는 10월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식 행사를 준비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홍콩 정부가 10월1일 이전에 송환법 반대 시위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전방위로 갈등을 빚는 가운데 홍콩 시위 사태가 국제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블랙 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전 미국 주택시장 거품 붕괴를 예견한 투자 전문가 스티브 아이스먼은 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만약 홍콩에서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국제경제에 진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미중 무역협상 차원에서 긍정적이지 않으며 글로벌 시장에도 전혀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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