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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시진핑과 장쩌민, 트럼프의 홍콩 셈법

홍병문 논설위원





세계 금융 중심지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한 지인에게 얼마 전 질문을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내년 재선 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고. 그의 대답은 비교적 높다는 것이었다. 세계 금융 중심가에서 일하는 그의 의견은 금융시장이 동요하거나 한미관계가 요동칠 때 미래 흐름을 예상하는 데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하는 단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팽팽한 대결을 벌일 때도 그와 같은 현지 금융시장 전문가들에게 전망을 물어봤던 적이 있다. 당시 한 지인은 플로리다주 민심이 트럼프에게 쏠렸다면서 이변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설마 했지만 대선 결과는 그의 예상과 일치했다.

당선 후 탄탄한 정치 기반을 닦아온 트럼프가 재선을 코앞에 두고 현재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은 무엇일까. 그에게 물었던 두 번째 질문이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첫 번째로 꼽혔다. 북한 핵 이슈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라는 얘기가 이어졌다. 홍콩 반중시위 문제도 그의 머릿속 한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대답도 나왔다.

일부 홍콩인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장쩌민 전 국가주석 지지자들 간 파벌 싸움을 거론하며 중국 인민해방군의 홍콩 반중시위 무력 진압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시진핑을 견제하는 상하이방 장쩌민 지지파와 리커창 총리를 배출한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반대파가 현 지도부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는 홍콩 반중시위를 뒤에서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홍콩 반중시위가 악화돼 중국의 무력 진압이 현실화되면 시진핑 견제파는 이를 이유로 자연스럽게 현 지도부 세력을 밀어내고 다시 권력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뿌리 얕은 음모론의 색채가 짙지만 개연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미중 무역전쟁에 올인하고 있는 트럼프의 홍콩 셈법은 무엇일까.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위 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즉 그것이 또 다른 톈안먼 광장이 된다면 대처하기 매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 사태 이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불개입 태도를 보였지만, 이런 모습이 중국의 강경 진압을 방조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을 홍콩 문제와 연계시켰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 겹 들춰보면 조금 다를 수 있다. 홍콩 시위 사태를 주목한다는 취지의 그의 발언은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고 하는 국제사회와 글로벌 외교가의 일반적 표현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발언 이면과 트럼프의 비즈니스 감각을 따져보는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다른 해석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홍콩의 반중시위 악화와 이에 따른 시진핑 리더십의 약화를 트럼프가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중시위 격화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 재선 가도에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트럼프의 대응법은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기대와 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홍콩과 대만을 품어 거대한 중국 패권주의를 완성하겠다는 시진핑의 야심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트럼프로서는, 홍콩 시위 확산으로 시진핑과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을 내심 반길 수 있다. 중화권 일부 극단적 인사들 사이에서는 홍콩 반중시위가 중국의 무력 진압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트럼프가 방관할 수도 있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고 한다.

홍콩판 톈안먼 비극 재현은 어떤 이유에서든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중국·홍콩과 경제적 연관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이런 음모론을 가볍게 넘기기 힘들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홍콩 수출액은 460억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7.6%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미국·베트남에 이어 4위 시장이다. 한일갈등 악화로 외교적 난제에 휩싸인 지금 시점에 홍콩 반중시위 사태가 우리에게 또 다른 큰 숙제로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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