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실패와 기술수출 반환, 코오롱티슈진(950160) 상장폐지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제약·바이오 업계에 신라젠(215600) 압수수색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또 터졌다.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보루였던 개인투자자까지 신뢰를 접고 주식을 팔아치우는 등 바이오주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28일 코스닥시장에서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에 신라젠은 전일 대비 19.46% 하락한 1만3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하한가로 추락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일 미국에서 간암 치료제 ‘펙사벡’에 대해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한 데 이어 임상 중단을 발표하며 수차례 하한가를 기록한 신라젠은 지난해 말 7만3,500원이었던 주가가 7분의1 수준으로 폭락했다.
약에 첨가된 세포 일부가 최초 임상 시 승인됐던 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26일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가 결정된 코오롱생명과학(102940) 역시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날 21% 내린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날도 2.03% 하락한 1만6,850원에 장을 마쳤다. 연초와 비교하면 5분의1 수준이다.
신라젠과 코오롱 외에도 미래 먹거리로 큰 기대를 모은 제약·바이오 산업은 최근 잇단 악재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분식회계 논란으로 1년 전에 비해 주가가 절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에이치엘비(028300)와 한미약품(128940)은 각각 글로벌 임상3상 지연, 당뇨 비만 신약 기술수출 취소 소식이 전해지며 두 달 전과 비교해 주가가 50%, 30%씩 빠졌다. 이런 탓에 지난달 말 셀트리온과 신라젠·헬릭스미스·에이치엘비 등 코스닥시장의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시가총액은 올 들어 무려 11조4,000억원 줄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제약·바이오 기업 스스로가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기대를 깨버린 결과라고 지적한다. 단순 임상 실패와 기술수출 취소 차원을 넘어 업종 특성상 가뜩이나 정보 비대칭이 심한데도 임상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각하거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투자자 손실을 초래했고 결국 외국인과 기관은 물론 개인들의 신뢰마저 잃게 됐다는 것이다.
신라젠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펙사벡 임상3상 중단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동안 지분을 팔아치워 총 2,5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현금화했고 네이처셀은 라정찬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는 6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600억원을 유상증자하겠다고 발표하며 주가를 하루 만에 23% 이상 끌어내렸다. 상폐를 앞둔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015년부터 코스닥시장을 지탱해온 바이오주에 대한 기대가 펙사벡 등의 이슈로 무너지면서 밸류에이션이 2015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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