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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에 모래주머니 채운셈"...삼성, M&A 등 미래경영 차질

[대법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충격에 빠진 삼성]

반도체 실적악화 속 한일갈등으로 '서플라이 체인 붕괴'

'국정농단' 오너리스크 지속까지 겹쳐 '불확실성' 가중

새 먹거리 투자 등 '의사결정-실행' 늦춰질까 우려

실형 선고땐 또 '총수 부재'...재판준비 집중 불가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반도체 생산 라인 공사가 진행중인 평택캠퍼스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이 파기환송되자 서울 태평로 삼성전자 본사는 충격에 빠졌다. 지난 2016년 11월 검찰의 삼성 본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3년 가까이 끌어온 ‘국정농단’ 사건이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기대가 불과 40여분 만에 무참히 깨졌기 때문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부품소재 수출규제, 실적 악화 등 대형 악재를 맞아 굵직굵직한 경영판단이 필요한 시점에 삼성이 또다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으로 빠져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바로 투자계획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홍콩의 한 글로벌 IB 대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시스템반도체 등 빠른 판단이 요구되는 투자 의사결정이 경영 공백으로 지연될까 우려된다”는 코멘트를 내놓았다.

재계에서는 이미 무수한 압수수색 및 관계자 소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등이 이어지면서 삼성 특유의 도전정신과 실행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삼성이 대법원 선고 직후 곧바로 “과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도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조동근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파기환송은) 총수의 발목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것”이라며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 기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퍼펙트 스톰’ 몰아치는데 파기환송까지…충격의 삼성=삼성의 분위기는 ‘망연자실’로 집약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데다 말 구입비(34억원),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후원금(16억원) 등도 뇌물로 보는 등 주요 쟁점 대부분에서 원심을 뒤집은 탓이다. 삼성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최소 형량이 5년인 재산국외도피죄 등은 무죄를 받아 파기환송심에서 재판관의 작량경감을 통해 집행유예가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는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인 이인재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의 논평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 대표변호사는 “대법원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지원에 대해 뇌물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점, 삼성이 어떠한 특혜를 취득하지 않았음을 인정받은 점은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감지됐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상황에서 대법원이 정권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현실을 외면하고 정상참작이 없었다는 것이다.



◇M&A 등 미래 경영 올스톱 우려 커져=가장 우려되는 것은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이라는 삼성의 핵심 경쟁력이 약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이 부회장의 책임경영도 어려워진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임기는 오는 10월까지다. 이를 연장하려면 9월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이번 선고로 애매해졌다.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는 인수합병(M&A)만 해도 2017년 전장 기업인 하만 인수 이후 소규모 지분투자밖에 없는 실정이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 자회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도 이스라엘의 코어포토닉스, 영국의 푸디언트 등 단 2개 벤처에 불과하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큰 규모의 M&A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소극적인 행보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퀀텀닷(QD)-OLED 등 투자가 딜레이될 수 있다”며 “경영 공백이 해외투자가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다른 관계자는 “소재 국산화, 고용창출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이뤄내는 데도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꼬집었다.

일본 규제 대응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28일부터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삼성의 주력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 충격이 가해진 상황이다. 한일 경제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당장 반도체 핵심 소재와 부품을 조달하고 안정적으로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실제 고동진 삼성전자 IM(스마트폰)부문장은 “일본 수출규제가 3~4개월 더 지속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12조 8,300억원)이 지난해(30조 5,100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상황 아니냐”며 “일본이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웨이퍼’, 회로를 그릴 때 필요한 ‘블랭크마스크’ 등에 대한 추가 규제에 나서면 대내외 고위인사와 말이 되는 이 부회장의 광폭 행보가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이 이날 “도와달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낸 것도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도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한순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며 “삼성이 최근의 실적 악화와 수출규제, 무역갈등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오너의 비전과 경영진의 실행력, 임직원들의 도전정신이 필요로 한 만큼 이 부회장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훈·고병기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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