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형철의 철학경영] 경청이 곧 공감이다

<106> 소통하는 법

전 연세대 교수

소통, 궁극적 목적은 감정 전달

듣는 사람 배려하며 말하고

말하는 사람의 생각 읽으며

경청할때 감정 일치 '공감' 가능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여보게들 이제부터 내 밑에서 나이 40세 넘어서 월급 받을 생각들 하지 마. 다들 나가서 창업해. 내가 도와줄게.” 한 외식산업계 사장님께서 전 직원들을 모아 놓고 호기롭게 말했다. 그 다음 회사는 어떤 분위기였을까. 도전정신에 충만한 직원들이 다들 창업 준비에 분주하게 움직였을까. 상황은 정반대였다. 50~60대 직원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사장이 우리를 다 해고한다고 했다.” 전반적 분위기가 업 되는 것이 아니라 다운됐다. 사장이 직원들을 해고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가.

이 이야기를 한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말했더니 자기도 그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직원 중에 한 명이 결혼식을 한다고 해서 예식장에 갔다. 저쪽에 눈에 많이 익은 사람 세 명이 보인다. 회사 동료들이 축하해주러 온 것이다. 그런데 셋 다 반팔 티셔츠 차림이 아닌가. 그래서 따끔하게 말했단다. “이 사람은 평생에 한 번 있는 결혼식을 올리는데 축하하러 온다는 사람들이 옷차림이 그게 뭔가. 자네들 고객 만날 때도 발팔 티셔츠 입고 다니나.” 그 다음 주 회사에 나가니 소문 하나가 떠돈다. “사장이 토요일 근무에도 넥타이 매고 정장 입고 출근하라고 지시했다.”

우리는 이 사례에서 세 가지 소통에 관한 교훈을 얻는다. 첫째, 소통은 배려에서 출발한다. 외식업계 사장이 직원들에게 창업정신과 도전정신을 일깨워 주려고 했던 것이 목적이었다면 자신 밑에는 이미 40세가 넘은 직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한다. 그들을 배려한다면, 나이를 말할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창업을 원하는 사람은 말해라. 내가 적극 지원해줄게”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둘째, 소통은 간결해야 한다. 증권사 사장이 결혼식장에 오는 예의에 대해 훈계하려고 했다면 그것에 초점를 맞춰야 했다. 강조하느라 “그럼 자네들 고객을 만날 때도 이런 복장인가”라고 덧붙이는 바람에 복장 관련 지시가 내려갔다고 생각한 것이다. 셋째, 소통은 경청으로 완성된다. 물론 직원들도 사장의 말을 경청하지 않았다. 경청은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답이 돌아온다. “귀를 쫑긋하고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다 듣는다.” 이것은 경청하는 것이 아니다.





경청은 상대방 말을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사람이 이 이야기를 나한테 왜 하고 있을까”하고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읽으면서 듣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듣는 사람의 생각이 일치하는 순간에 그 사람은 백퍼센트 경청하는 것이다. 내 강의를 듣던 어떤 분이 이렇게 물었다. 자신 밑에 있는 직원들이 1,850명인데 그 사람들이 무슨 의도로 자신에게 말하는지 일일이 다 헤아리기가 힘들단다. 힌트를 달라고 해서, 두 가지만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부하가 상사에게 와서 말하는 의도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잘 들어 보면, 결국 자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또 그럼에도 자기가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그냥 묵묵히 듣고만 있지 말고 “야 정말 힘들었겠구나” “오늘 자네한테 한 수 배웠네” 하고 맞장구쳐주면 소통의 달인이 된다. 왜. 상대의 마음을 읽어줬으니까.

자살콜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죽기 직전 가장 절박한 상황에서 마지막 도움을 요청하는 소통이 자살콜이다. 얼마 전 들은 얘기다. 자신이 잘 알고 지내는 절친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리고는 “너 골프채 하나 필요하지. 지난번에 봤던 그 채 가져가. 그리고 산악자전거도 필요하면 같이 가져가.” 뜬금없는 이 제안에 “아 이 친구가 자살하려는구나”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여러분이 이 자살콜을 직접 받았다면 그 친구를 살리기 위해 ‘자살’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절대 안 하는 것이 좋을까. 정답은 “반드시 자살을 언급하라”다. 그래서 “너 자살을 생각하고 있니”라고 했더니 “응”하더란다. 그 후 대화 내내 그 친구가 힘들었던 것에 대해 맞장구를 쳤고 그 친구는 다행히 자살하지 않았단다.

소통의 궁극적 목적은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감정은 경청을 통해서 전달된다. 그 결과로 서로의 감정이 일치된다. 그것이 바로 공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