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이 무인기(드론) 공습을 받자 국내 석유화학·무역상사 관련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반면 항공·해운업 관련 주가는 대체로 약세를 나타냈다.
16일 주식시장에서 석유류 유통업체인 한국석유(004090)·흥구석유(024060)·중앙에너비스(000440)는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극동유화(12.99%), SH에너지화학(002360)(18.31%)도 급등했고 S-OIL(2.31%)과 SK이노베이션(096770)(2.67%) 등 정유 대기업도 상승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4.24%), 현대상사(011760)(4.93%), 한국가스공사(036460)(3.71%) 등 자원 개발 관련군도 올랐다. 코스피200 에너지화학지수도 전일 대비 2.19% 올랐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이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원유처리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하면서 약 570만배럴의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영향이다.
특히 석유 관련주는 추가적인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공습으로 기존에 비축해 두고 있던 원유 재고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유주는 IMO2020 규제에 따른 혜택도 추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브카이크 시설이 공격당하면서 국내 정유사의 저유황유 판매가 더 늘어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IMO2020 규제에 대비해 연료를 채워야 하는 배들이 많아 저유황유에 대한 수요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유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원유재고 평가이익도 실적에 다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한다면 석유업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에서의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 상승에 따라 제품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석유를 주원료로 쓰는 항공·해운주는 악재에 힘겨운 모습이다. 항공주 중에서는 아시아나항공(020560)(-1.09%)과 제주항공(089590)(-1.22%)이 내렸고 팬오션(028670)(-0.62%)과 대한해운(005880)(-1.25%)도 하락했다.
특히 이번 유가 상승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다면 항공사는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사들은 1인당 유류할증료로 유가 상승분을 상쇄한다. 그러나 공급 과잉과 일본 여행 보이콧 등으로 여객 수를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항공은 정해진 테이블에 따라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침체될수록 유가 상승으로 인한 효과를 상쇄하지 못한다”며 “현재 항공업이 수요·공급 모두 좋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유가 상승 이벤트가 항공사들의 수익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운주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운임 인상에 따른 혜택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운사들이 유가 상승분을 운임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 연구원은 “선박 종류와 상관없이 해운업 운임은 유가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수급 상황이 준수하다는 점에서 해운업에는 유가 상승 이벤트가 생각보다 부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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