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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S]'평촌行 전학행렬'에 학교땅 15년째 낮잠…교육청-주민 갈등만

■늘어만가는 미집행 학교용지<2>
☞학교용지 방치된 의왕 내손동에서는
초교 2곳 짓겠다더니 학령인구 감소에 결국 1곳 무산
주민은 "중학교 지어달라"지만…관내 학교도 교실 남아
우수 학군 찾아 평촌으로 전학 잇따라 '악순환' 이어져

  • 김상용 기자
  • 2019-09-16 17:39:37
  • 정책·세금
[탐사S]'평촌行 전학행렬'에 학교땅 15년째 낮잠…교육청-주민 갈등만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에 위치한 초등학교 부지. 이 부지는 지난 2004년 초등학교 용지로 지정된 후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학교가 지어지지 않고 나대지 상태로 남아 있다. /의왕=김상용기자

경기 의왕시 내손동에 위치한 1만1,000㎡ 규모의 부지. 아파트 밀집지역 한가운데 위치한 이 공터는 의왕시가 지난 2004년 12월 학의2초등학교(가칭) 부지로 결정했다. 당시 의왕시청은 인근 재건축 조합에 대한 재건축 계획 승인 과정에서 의왕군포교육지원청과 협의를 진행했다. 의왕시는 “초등학교 용지가 필요하다”는 교육지원청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학교용지로 지정한 것이다.

의왕시와 의왕군포교육지원청의 학교용지 관련 협의는 많은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당초 의왕시는 2003년 12월 초등학교 부지가 필요하다는 교육지원청의 요구에 5,490㎡의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교육지원청은 부지 면적이 너무 작아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의왕시는 이에 2004년 5월 1만1,000㎡ 규모의 초등학교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통보한 후 2004년 12월 현재의 학의2초등학교 부지를 학교용지로 확정, 결정했다. 아울러 현재 운영 중인 내동초등학교(1만1,000㎡) 부지도 확보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현재 의왕시 내손동에는 2개의 학교 부지 중 내동초등학교만 개설되고 학의2초등학교 부지는 여전히 나대지 상태로 남아 있다.

■학령인구 감소 예상 못해 확보한 학교 용지

의왕군포교육지원청이 의왕시 내손동에 무리하게 초등학교 부지를 2곳이나 확보한 것은 당시 내손동 일대에 운영 중이던 백운초등학교와 내손초등학교가 과밀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한 학교당 적정 학급 수는 30학급이었지만 백운초등학교는 50학급을 넘어섰고 내손초등학교도 40학급 체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2개의 아파트 재건축으로 5,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인근에 3~4개 주택 재개발 사업이 예상돼 2곳의 초등학교 부지 확보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게 의왕교육지원청의 설명이다. 더욱이 당시는 교육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학급당 학생 인원에 맞춰 한 학급당 학생 수를 30명으로 낮추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현재 학의2초등학교 부지에 새로이 초등학교를 설립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의왕교육지원청의 한 관계자는 “통상 학교 설립은 30학급 이상의 계획이 서야 신설로 방향을 잡는다”면서 “하지만 의왕시 내손동 개발이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30학급 운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돼 인근의 내손초등학교를 증축, 40학급 규모로 가동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의왕군포교육지원청이 당초 2곳의 초등학교 추가 신설 방침에서 1곳 신설과 증설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출생아 수 급감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탓이 크다. 의왕교육지원청이 초등학교 2곳 추가 신설을 결정한 2005년의 경우 전국 초등학교 학령인구는 400만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출생자 수가 감소하면서 올해 초등학교 학령인구는 276만명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학생 수가 45%나 감소한 것이다. 15년 전 초등학교 2곳을 신설해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이 출생아 수 감소로 1곳만 학교를 짓고 이 학교를 증축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이다. 결국 현재 나대지 상태로 남아 있는 학의2초등학교 부지에 초등학교 신설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부지…주민과 교육지원청의 갈등 키워

의왕시 내손동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의왕교육지원청에 초등학교를 건설하든지 중학교를 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 중인 박모씨는 “10년 전 아파트를 매입해 이사 올 때만 해도 인근에 초등학교가 들어설 것으로 알았다”면서 “왜 이 땅을 놀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교육지원청은 이미 내손동에 초등학교가 3곳이나 있어 추가 건설이 어렵다고만 하는데 그렇다면 중학교라도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내손동에는 초등학교가 3개나 있지만 중학교는 통학거리가 도보로 왕복 50분 가까이 되는 만큼 중학교라도 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중학교 통학시간이 긴 만큼 15년째 나대지 상태인 학교 부지에 중학교를 건설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지원청 측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의왕교육지원청의 한 관계자는 “내손동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3개의 중학교 중 한 곳을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면서 “특히 인근 백운중학교는 학교 규모에 비해 학생이 부족해 26개 교실이 빈 상태여서 추가로 중학교를 건설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학시간 50분과 관련해 “교육부 학생 배치 지침에는 중학교의 경우 대중교통으로 30분 이내의 거리에 주소지를 둔 학생을 배치할 수 있다”면서 “현행 지침 기준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탐사S]'평촌行 전학행렬'에 학교땅 15년째 낮잠…교육청-주민 갈등만

■중학교 학군 찾아 평촌으로 전학…악순환 반복되며 중학교 교실 남아돌아

중학교 학군에 대한 불만으로 의왕시 내손동 일대 아파트 주민들은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인근 안양시의 평촌 1기 신도시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 앞으로도 백운중학교의 빈 교실이 언제 학생들로 채워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실제 이 아파트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의왕시 내손동 백운초등학교의 경우 2014년에 1학년으로 입학한 학생이 193명에 달해 전체 7반 체제로 교육을 시작했다. 하지만 1학년으로 입학한 학생이 6학년이 된 올해 이들 학생 수는 127명으로 감소하고 학급 수도 5반으로 줄어들었다. 대신 왕복 10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안양 평촌 신도시의 귀인초등학교는 2014년 1학년 학생 수가 225명, 7학급으로 꾸려졌고 올해 6학년 학생 수는 310명으로 늘어나면서 학급수도 11학급으로 늘려 운영 중이다. 평촌 귀인초등학교의 경우 외부 전학생 증가로 학생 수와 학급 수가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의왕시 내손동 내동초등학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내동초등학교의 전학생 추이를 추적한 결과 의왕시 내손동 내동초등학교에서 주소지 이전으로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는 학생의 절반이 안양 평촌 학군으로 이동했다. 2016년 내동초등학교에서 전학을 간 초등학생 수는 97명으로 이 중 45명이 안양 지역으로 전학을 떠났다. 2017년 역시 전학생 110명 중 55명이 안양 초등학교로 전학을 간 데 이어 2018년에도 전체 83명의 전학생 중 47명이 안양 지역으로 떠났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내동초 학생은 연평균 97명이 전학을 가고 이 중 51%인 49명이 안양으로 전학한 셈이다. 의왕시 내손동 주민 중 상당수가 자녀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인근의 안양 평촌 신도시로 이사를 가면서 백운초와 내동초 학생 수는 줄어드는 대신 귀인초(안양 평촌) 학생 수가 늘어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의왕에서 안양 평촌으로 이사를 간 학부모 정모씨는 “의왕시 내손동 일대가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아파트 밀집촌으로 부상하면서 주거환경은 개선되고 있지만 중학교 학군을 생각해 건축된 지 25년 이상 된 평촌 신도시로 이사를 했다”면서 “안양 평촌과 의왕시 내손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녀 교육을 안양 평촌에서 시키고 자녀가 대학에 가면 의왕시의 새 아파트로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의왕시의 중학교 문제를 지적했다. 결국 중학교 학군을 찾아 초등학교 고학년에 의왕에서 안양으로 전학 가는 학생이 증가하면서 의왕시 백운중학교 교실은 26개나 비어 있어 의왕시에 중학교 추가 건설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탐사기획팀=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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