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만나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등 재계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상품수지흑자폭이 지난 8월 5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불황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재계가 각종 규제에 대한 강도 높은 건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오는 22일 오전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CEO 조찬간담회’를 개최한다. 대한상의가 연간 서너 차례 진행하는 최고경영자(CEO) 조찬간담회는 올 초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시작으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강연자로 나선 바 있다. 조 위원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공정거래 제도 및 정책 방향’을 주제로 이야기할 예정이며 박 회장을 비롯한 재계 임직원 300여명이 참석한다.
조 위원장은 대기업 기술탈취 문제와 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의 공정위 현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 위원장의 조찬 간담회 연설 내용은 7일 공정위 국정감사장에 나온 발언으로 유추 가능하다. 조 위원장은 당시 “혁신경쟁을 저해하는 독과점 남용과 대기업의 기술유용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며 “대기업집단 규제와 관련해서는 자산총액 5조원 이하의 중견집단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이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 ‘연기금뿐 아니라 많은 기관투자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 생각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조 위원장이 재벌들에 대해 소득배분과 관련한 역할론을 표명할지도 관심이다. 조 후보자는 2012년 발표한 ‘대규모 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모색’이라는 논문에서 “가난한 집 맏아들을 위해 동생들이 희생한 것처럼 재벌의 높은 성과가 있기까지 인적·물적 자원을 몰아준 우리 경제 구성원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가 최근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하는 만큼 규제 완화에 대한 건의 외에 재계의 어려움도 호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은 지난달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요즘 우리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 같다”는 쓴소리를 내뱉으며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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