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퍼펙트게임’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기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는 자국 외교력의 승리라며 자화자찬이 이어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자평하며 외교 성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그는 지소미아 종료 정지 직후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고 미국이 상당히 강해서 한국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말처럼 이번 결과가 일본의 원칙 고수와 미국의 강한 압박에 한국이 무릎을 꿇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아사히신문은 미국의 압박 배경에는 일본 외교력이 힘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워싱턴의 파괴력은 엄청나다”며 이번 한국 정부의 결정에 미국의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이 수면 하에서 미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의회에 대해서도 물밑작업을 해 미국 상원이 지소미아 연장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게 했다”며 워싱턴의 엄청난 파괴력이 일본 외교력이 이끌어낸 성과라고 포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일본 내 반응이 어렵게 조성된 한일 양국의 대화 분위기를 망쳐놓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며 자축하는 일본이 앞으로 이어질 수출규제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문제에 대한 후속조치 및 양국의 회담에서 강경 대응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케이신문은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려 “일본 정부가 수출관리를 둘러싼 당국 간 협의 재개에는 응하지만 일절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일 간 대화가 쉽지 않은 길을 갈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어느 때보다도 엄중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자화자찬의 늪에 빠져 한일 양국관계를 망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나 한국이 무릎을 꿇었다는 발상은 협상 테이블에서 또다시 일본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에스컬레이터를 멈췄으니 일본 정부도 이성적인 사고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본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잘못된 판단에서 나온 오만한 일본의 태도가 과거 일본에 어떠한 피해를 줬는지, 아시아 전체에 어떠한 고통을 줬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일본의 잘못된 판단이 없었으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찾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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