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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유럽의 성패, 은행에 달렸다

크리스토퍼 스마트 베어링자산운용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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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유럽의 최대 뉴스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문제를 좌우할 영국의 선거 캠페인도,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 매입도 아닌 예금보험 기금 마련에 대한 독일 재무장관의 제안이었다. 유럽 은행의 건전성 및 통합이야말로 유럽 대륙의 경제성과를 좌우할 핵심사안이라 할 수 있다. 1년 전 ECB 산하에 단일 은행 감독기구(SSM·Single Supervisory Mechanism)를 설립한 것은 유럽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 가운데 하나다. 특정 정치적 이슈로 유럽이 분열되지 않는 한 향후 유럽의 성패는 은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재정통합(fiscal union) 없이 유로화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입바른 주장을 할 수 있으나 지난 10월 말 있었던 독일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사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은행 시스템 유지 및 강화 차원의 유의미한 진전이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자본시장의 발달이 상대적으로 더딘 유럽에서 은행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은행은 지지부진한 유럽 성장의 핵심축으로서, 영향력이 높은 기업고객의 부실 여신에 대해 적극적인 변화를 강제하기보다는 부실여신 연장이라는 손쉬운 입장을 취해왔다. 은행들이 자국 채권 발행에 기꺼이 나선 점 또한 오늘날 유럽 은행이 취약해진 원인 가운데 하나다. 예컨대 이탈리아 국채 투자자 및 예금 가입자는 예산 문제로 이탈리아 정부가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대치할 때 이탈리아 국채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고는 한다.



오늘날 유럽 은행의 문제는 부실여신보다도 ECB의 느슨한 통화정책 및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더 큰 원인이 있다. ECB의 느슨한 통화정책 및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만기 변환(maturity transformation)이라는 전통적 은행 활동에 제약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재정지출 확대 논의에 희망을 걸어볼 수도 있겠지만, 유럽은 아직도 많은 부분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단일 감독기구 차원을 넘어, 어려움을 겪는 정부에 관련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메커니즘 및 예금보험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예금보험을 둘러싼 우려는 국경 간 은행 통폐합의 장애요인이기도 하다. 예금 가입자가 은행을 신뢰하려면 결국 예금보험제도를 지원할 각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과거 유럽 금융위기 당시의 경험 때문에 신뢰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11월 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 통합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가 마침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에게 돌아가야 할 비판을 한몸에 받았다. 유럽 중 가장 부유하며 경제 규모가 큰 독일은 무책임한 주변국 정부 및 부실은행 구제 가능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독일 보수파는 새로운 구제금융 가능성에 대해 반감을 표시했고 유럽주의자들은 부과된 모든 조건에 우려를 보였으며 이탈리아는 자국은행들이 신규 조달해야 할 자금 규모를 들어 이 계획을 노골적으로 거부했다. 그러나 복잡성, 논쟁, 기술적 타협이 오늘날의 유럽을 있게 한 기본 토대임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진전에 대한 희망을 버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영국의 브렉시트 및 베를린의 추모식, 기타 유럽 내 다른 지역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적어도 현재로서는 유럽 은행에 대한 전망이 유럽 대륙 전반보다는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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