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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반응 우려로 뇌사자 신장이식 못 받던 30% ‘해결책’ 찾았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식대상서 8회 연거푸 탈락

‘항HLA 항체 양성’ 환자에게

항체 약화 치료 후 이식 성공

장기간 대기자가 '수혜 1순위'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양철우 센터장(앞줄 왼쪽 세 번째) 등 센터 의료진이 ‘항HLA 항체’의 강도가 높아 뇌사자 신장이식 대상에서 여덟 번 탈락했던 여성 송모씨에게 항체를 약화하는 치료와 이식에 성공한 것을 축하하는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신장이식을 받으려는 10명 중 3명은 혈액 안에 공여자 신장에 급성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백혈구항원(항HLA) 항체’의 강도가 높아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받지 못했다. 혈액검사(교차반응검사)에서 이식실패 확률이 높은 ‘항HLA 항체 양성’으로 판정돼 이식 대상에서 탈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가 이런 환자에게 1~2개월 동안 항HLA 항체의 강도를 낮추는 ‘탈감작(脫感作)치료’를 해 교차반응검사 통과, 신장을 성공적으로 이식하는 쾌거를 이뤘다. 검사 문턱을 넘지 못하던 말기 콩팥병 환자들도 온전하게 기능하는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받아 주 3회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불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셈이다.



첫 수혜자는 13년 동안 여덟 번의 뇌사자 신장이식 기회가 있었지만 항HLA 항체 양성 판정으로 연거푸 이식 대상에서 탈락한 송모(59·여)씨. 이런 환자는 여러 뇌사자와의 교차반응검사에서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확률이 커 이식대기 기간이 길어진다. HLA는 가장 중요한 조직적합항원으로 혈액형이 다른 경우보다 거부반응이 생기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 면역응답 유전자를 비롯해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유전자가 밀집해 있다.

4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장기이식센터 의료진은 ‘이식 1순위’였던 송씨에게 지난 8월 항HLA 항체의 강도를 낮추는 주사제(리툭시맙·보르테조밉)와 면역 글로불린을 31일을 주기로 총 9회 투여하는 탈감작치료에 들어갔다. 송씨의 항HLA 항체 강도(MFI 값)는 2개월 만에 이식 가능한 5,000 밑으로 떨어졌다. 송씨는 지난달 ‘구수(九修)’ 끝에 교차반응검사에서 ‘항HLA 항체 음성’ 판정을 받고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받아 순조롭게 회복됐다.





장기이식센터 양철우·정병하·이수아 교수팀이 국제 탈감작치료 프로토콜을 참고하고 센터에서 시행해온 이식결과 등을 반영해 정립한 ‘성모병원 프로토콜’이 성공을 거둔 첫 사례다. 센터는 신장이식 이후 1~2주 동안 거부반응이 일어날까 걱정했는데 송씨가 수월하게 넘어가 앞으로도 이식 전 항HLA 항체를 억누르는 항체주사의 효과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센터장(신장내과 교수)은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받을 순위가 된 10명 중 3명은 교차반응검사에서 항HLA 항체 양성으로 판정돼 이식 대상에서 탈락한다”며 “이런 환자에 대한 첫 탈감작치료 및 이식 성공으로 송씨 같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받으려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이어서 탈감작치료 대상은 당분간 송씨처럼 교차반응검사에서 연거푸 탈락한 ‘이식 우선순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양 센터장은 “1~2개월의 탈감작치료로 항HLA 항체의 강도를 ‘이식 적격’ 수준으로 떨어뜨려도 뇌사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이식 우선순위에서 밀려 1~2개월을 허송하면 항체가 새로 만들어지거나 강도가 세져 이식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했다.

송씨 같은 환자는 신장이식 이후 새로운 항HLA 항체가 생기거나 항체의 강도가 다시 세져 면역거부반응의 위험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식 후 3개월가량 먹는 면역억제제의 양을 크게 늘리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커지므로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한편 항HLA 항체는 임신·수혈·재이식 등을 통해 발생한다. 여성이 임신하면 남편의 유전자를 50% 받은 태아의 혈액이 자신의 혈액과 함께 순환, 남편의 조직형에 대한 항체를 갖게 된다. 수술로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은 경우에도 항HLA 항체가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수혈 대신 인체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조혈 호르몬 적혈구형성인자(EPO) 주사제를 투여하거나, 항체를 만들어 감염성 질환 및 외부 물질에 대한 방어기능인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B림프구 등 백혈구를 걸러낸 혈액을 수혈하는 경우가 늘면서 수혈로 인해 항HLA 항체가 생기는 사례가 줄고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양철우(왼쪽)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이 신장이식을 받으려는 환자에 대한 다학제회의에서 환자 측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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