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장에 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 노○○ 얘기가 들립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직후인 내년 1월께에 검사장급 인사 카드 행사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법조계 한 인사가 한 하마평이다. 청와대에서는 이미 관련 인사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비록 검사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지만 이 같은 조기 인사는 검사인사규정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실상 현 조국 수사팀을 겨냥한 인사보복 조치여서 향후 법적인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1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는 조만간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하기 위한 내부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추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으로 임명되고 나면 최종 조율을 거쳐 인사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현재 청와대 핵심인사들에게 향하고 있는 ‘감찰무마·하명수사’ 의혹 수사 진척에 따른 여론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여권은 총선에 이익이 되는 방향의 검찰 인사안을 관철하려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배성범 검사장과 감찰무마 의혹 수사의 대검 지휘부인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교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명분으로는 현재 공석인 검사장급 이상 여섯 자리를 채운다는 이유를 들 가능성이 높다. 검사장들을 고검장으로 승진시키고 남은 검사장은 수평 이동시킴으로써 윤석열 현 검찰총장 체제의 수사 지휘라인 진용을 흔들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고검장으로 승진시킨 뒤 비어 있는 검사장 자리에 일선 보직 차장을 승진·전보시키면서 청와대 수사와 관련된 검사들을 연쇄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도미노 인사는 법령 위반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대통령령인 ‘검사인사규정’을 보면 일선 차장, 부장인 고검검사급 검사의 필수보직기간은 1년이다. 비록 고검검사급 검사가 대검검사급 검사인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예외지만 원칙적으로는 1년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7월에 보직 차장·부장을 정하는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했었기에 오는 1~2월에 승진이 아닌 방식으로 보직을 변경시킨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필수보직기간은 보직을 받는 사람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한 조항인데 수사에 지장을 주기 위한 목적 등 부당하게 이를 어기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검사장들의 경우에는 필수보직기간이 없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고위간부 인사 사례를 보면 간격이 평균 12개월이다. 따라서 1월에 또다시 인사를 시행하면 간격이 6개월밖에 안 돼 관례를 완전히 깨뜨리게 된다. 그나마 2013년 4월 9개월 만에, 2013년 12월에 8개월 만의 고위간부 인사가 이뤄진 적이 있지만 각각 채동욱·김진태 총장 취임에 따른 인사였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무리하게 고위·중간간부 인사를 하기보다 다가오는 평검사 인사를 이용해 수사팀을 분산시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평검사 인사의 경우 매년 2월에 1회 하도록 원칙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각 수사팀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부부장들을 승진 또는 전보시키면 수사의 흐름이 끊기게 된다.
어떤 명분으로 검찰 인사를 하든 간에 수사팀을 건드리는 결과가 나오면 검찰의 태세가 돌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월 중간·고위간부 인사에서도 이번 정권을 타깃으로 수사를 한 동부지검·남부지검 검사들이 좌천된 데 대해 상당한 반발 기류가 형성된 바 있다.
법조계의 다른 관계자는 “정권이 노골적인 결과를 빚는 인사를 낸다면 검찰도 강수를 두면서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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