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비전은 스마트공장 로봇에 3차원 눈을 달아주는 것과 같습니다. 산업용 로봇이 비틀려 놓인 부품도 인식해 정확히 가공·처리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비전 프로그램이 생산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입니다.”
로봇제어 기술기업 씨메스(CMES)의 이성호(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팩토리&5G’ 세미나 강연 후 본지와 만나 “로봇 비전 기술이 아직 대기업 생산공정 일부에만 적용되는 시장 초기 수준이지만 앞으로 정형은 물론 비정형 부품 공정에도 최적의 제어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메스는 지난 2014년 창립 직후 나이키에 납품하는 한국 제조업체에 처음 로봇 비전 솔루션을 제공했다. 로봇은 보통 비틀어짐에 약하다. 가령 신발 밑창에 접착제를 바르는 로봇 앞에 밑창이 제자리를 벗어나 있거나 틀어져 있으면 엉뚱한 곳에 접착제를 발라 불량이 나오거나 일일이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 씨메스 비전 프로그램은 이런 로봇에 ‘눈’을 달아줬다. 3차원 카메라에 찍힌 부품의 모양·위치 영상을 판독해 로봇 스스로 정확한 포인트에 도포·용접·도장 등 작업을 수행하도록 제어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공장에서 사람이 로봇에 일일이 작업지점을 찍어주는 ‘티칭’ 과정도 고충이 큰일인데 비전 솔루션이 수백 개, 수천 개의 티칭 점도 자동으로 생성시킬 수 있다”며 “기존 로봇 공정에 들이는 수고를 줄이고 속도는 높이는 수단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능들이 적용된 씨메스 솔루션 ‘스튜디오 2.0’은 신발 같은 노동집약 소비재를 넘어 기계·자동차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올해 씨메스는 현대자동차에서 차체 하부의 실러(부식등을 방지하는 물질) 도포를 담당하는 로봇에 자동 티칭 기술을 적용한 시뮬레이터를 특허출원했다. 물류 분야에서도 포장박스에 완충제를 적절히 넣는 기능 등이 들어간 포장 프로그램이 CJ대한통운과 함께 특허를 받았다.
이 대표는 “현재 로봇 가이드가 자동차 분야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스마트물류에서 빛을 더욱 발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자체 공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언제든 쉽게 찾아서 쓸 수 있도록 플랫폼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씨메스는 개별 공장에서 솔루션을 받아 곧바로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오는 2020년 하반기 공개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액정표시장치(LCD) 검사장비 기업 오보텍에서 오랫동안 연구원으로 일한 이 대표는 독일계 이스라비젼 같은 해외 로봇 비전 업체와의 기술경쟁에서도 우위를 자신한다. 이 대표는 “각 생산 공정, 용도별로 적용된 사례와 수치들을 모아 빅데이터를 구축할 것”이라며 “해외 업체들은 특정 공정 솔루션만 제공하고 있지만 씨메스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인공지능(AI)이 개별 공장에 맞는 최적의 로봇 작업경로를 선택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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