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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로에 선 안보<하> 결국 고심도치가 되는 길 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예비역 군 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강한 국방력이야말로 평화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역시 강한 국방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력을 튼튼히 하는 것만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고 항구적인 평화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안보 현실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지적이다. 실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해가 바뀌어도 누그러지기는커녕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과 제재완화는 안 바꾼다”면서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미국이 적대적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중국은 중국몽(夢)을 앞세워 미국과 패권전쟁을 벌이며 힘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사드·중거리핵전력(INF)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는 등 압박을 노골화하는 모습이다. 일본과 러시아도 해·공군 군사력을 강화하며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제집 드나들듯 하고 있다.

이렇게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힘의 논리를 내세운 강대국의 요구·압박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국익훼손은 물론 평화보장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줄곧 전략적 모호성만 강조하고 있다. 아산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선택을 미루고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할 경우 한국은 고립된 상황에 부닥치게 되고 ‘코리아 패싱’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대통령의 말처럼 ‘강한 국방력’에 집중하는 것 같지도 않다. 올해 국방예산이 5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라고 자랑하고는 있지만 전력 고도화보다 대선공약인 장병 급여 인상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약육강식의 엄혹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힘을 길러 남이 얕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국을 함부로 건드리면 자신들도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고슴도치 전략이다. 안보 자강(自强)으로 도발하면 반드시 응징이 가해질 것이라고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사용 가능한 재래식 전력 고도화가 중요하다. 특히 미국과의 협상으로 800㎞로 묶여 있는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푸는 것이 급선무다. 열강의 해군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잠수함 개발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핵잠수함 도입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2017년 8월 “핵잠수함 도입 문제를 생각할 때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핵무장도 리스트에 올려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여의치 않으면 전술핵 재배치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냉전 후에도 미국이 나토에 핵무기를 남겨 공유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정부 여당은 이제라도 야당에서 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나오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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