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CGV가자.” 베트남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 말을 데이트 근사한 데이트 신청으로 통한다. CGV 멀티플렉스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은 단순한 영화가 아닌 특별한 날, ‘작은 사치’ 정도로 인식됐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82타워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최고층인 동시에 최고급 쇼핑 타운이다. 82타워 지하에는 CGV에는 1월 설을 앞둔 평일 낮이라 대표적인 비수기에도 고객들을 솔찮게 만날 수 있었다. 팝콘코너에는 떡볶이에 팝콘 소스를 입힌 일명 ‘하얀 떡볶이’가 입소문을 타면서 이를 먹으려는 베트남 젊은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K푸드가 넘어 단순히 먹거리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문화를 파고드는 일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저 먹거리에 지나쳤다면 철에 따라 바뀌는 이색 먹거리에 지나지 않지만 이를 넘어 K문화로 안착하며 한국식 문화를 곳곳에 이식하고 있다. 문화가 되면 이는 곧 공식이 된다.
◇K푸드에 빠진 美…매운 맛 하면 고추장, 아이스크림 하면 메로나=케찹이 들어가야 잘 어울릴 것 같은 튜브에 고추장이 담긴 모습은 한국에선 낯설지만 미국에선 이제 대중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고추장은 코리안 칠리 페이스트(Korean chili paste) 정도로 불렸다”면서 “고추장이 건강한 매운맛 소스로 알려지면서 현지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레싱 문화가 보편화 된 미국 식탁에 고추장이 굴 소스 등 기타 드레싱과 동등한 자리에 올라 선 셈이다. 전통음식 고추장과 함께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빙과류인 빙그레의 메로나다. 1990년대 한인을 중심으로 수출되던 메로나는 빙그레가 2017년 하반기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미국인의 대표 빙과류로 자리 잡았다. 2018년 미국 메로나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맥이어 소주까지…주류 문화도 바꿨다=드라마 ‘별그대’를 통해 2014년 치맥 문화가 중국에 전파됐다면 이제 주류 업계의 효자 상품은 소주다. 2016년 베트남 등 동남아 일대에 반영된 푸른 바다의 전설로 인해 소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푸른 바다의 전설’ 이후 한국의 음주 문화가 소개되면서 특히 베트남내 한국 소주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의 2018년 매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에서의 소주 판매량은 2017년 대비 32% 증가했다. 심지어 한국에선 인기가 수그러든 과일소주는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수출 상품으로 각광받는다. 2018년 동남아시아 국가의 과일 소주 매출 비중은 20%에 달했다. 동남아뿐 아니라 한인타운 위주로 수출되던 미국의 소주 수요가 높아졌다. 지난해 미국 수출 기념식을 연 대선주조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소주에 대한 관심도 증가해 각국에서 수출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최고 ‘인싸템’ 된 CGV=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먹거리뿐만이 아니다. CGV베트남이 내놓은 BTS텀블러는 베트남 최고의 ‘인싸템’으로 통한다. 라인프렌즈가 BTS와 손잡고 7명의 멤버에 하나의 대표 캐릭터까지 8개 텀블러 세트로 한화로 10만원 가까이 하지만 출시되고 바로 완판을 기록할 정도다.
CGV 베트남은 지난해 2월 월 관객수 319만명을 돌파하며 진출 이후 역대 월 최고 관객수를 기록했다. 일반 영화관이 아닌 프리미엄 이미지로 젊은이들의 가고 싶은 로망이 된 것. CGV베트남은 베트남에 멀티플렉스를 처음으로 대중화하면서, 2011년 8개관을 2019년 78개관까지 키웠다. 국내 CGV에서도 2018년 선보이며 도심 속 숲속 콘셉트로 가장 첨단 영화관으로 통하는 실내 잔디형 극장인 ‘씨네 앤 포레’를 해외에 처음 접목한 곳도 베트남이다. CGV가 베트남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한 인프라만이 아니다. CGV는 베트남 소외지역에 영사기를 직접들고 ‘찾아가는 영화관’ 서비스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신인 감독을 키우는 단편영화제작을 지원하면서 지난해는 지원작 중 ‘Stay Awake, be ready’라는 작품이 칸 영화제 감독주간 최우수단편영화상을 수상키도 했다.
/호치민=김보리·박형윤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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