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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연기 우리 죽으라는 꼴"...대학가 상권 '코로나' 직격탄

"하루에 수십번 장사 접을까 고민"

정부 세금 납부연장 등 대책에도

자영업자 "실효성 없다" 시큰둥

7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근 먹자골목에 자리한 한 고깃집. 예년이면 손님으로 북적여야 하지만 이날 점심시간에는 신종 코로나 여파로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허진 기자




“나흘간 점심 손님이 한 명도 없었는데 개강까지 미뤄지면 우리 같은 사람은 죽으라는 꼴이네요.”

7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근 먹자골목에서 만난 S고깃집의 점주 최모(68)씨는 “원래는 방학 때라도 점심시간에는 테이블 절반은 차 있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왕십리역 6번 출구와 한양대 정문에 사이에 자리한 먹자골목은 한양대생들의 단골 음식점들이 즐비한 곳이다. 예년 같으면 개강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 이곳 상인들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여름과 겨울 두 번의 방학을 비수기로 보낼 수밖에 없는 대학가 상권으로서는 신입생들이 대거 입학하는 3월 개강 시즌이 연중 최대 대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개강을 앞둔 서울 주요 대학가 상인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매출은 전례 없는 바닥을 치고 있는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대학들이 잇따라 개강 연기를 발표하면서부터다. 그야말로 신종 코로나 공포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의 확산 상황에 따라 개강 시점이 또다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에 상인들의 마음은 더 무겁다.

7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근 먹자골목의 한 거리./허진 기자




S고깃집은 신종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매출이 절반 넘게 떨어졌다. 예년에는 방학 중에도 하루 점심 매출이 많게는 30만원까지도 나왔지만 최근에는 10만원을 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영업할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이 이어지자 점주 최씨는 저녁 시간대 아르바이트생을 3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올해로 고깃집 운영만 14년째하고 있다는 최씨는 “원래는 아무리 방학이라고 해도 매출이 적게는 20%, 많으면 30%가량 줄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신종 코로나 여파로 다들 외출을 꺼리면서 점심때도 손님이 얼씬도 안 한다”고 전했다.

인근의 S초밥집 점주 전모(39)씨도 그동안 개강만 바라보면서 겨울을 버텨왔지만 잇단 개강 연기 소식에 힘이 빠진다. 그는 “우리처럼 대학 인근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방학이 되면 개강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될 때는 세금 낼 때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하루에도 수없이 가게를 접어야 할지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경희대 앞 상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희대 근처에서 김치찌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4)씨는 “개강까지 미뤄지면서 적자상황은 더 길어질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아르바이트생 없이 혼자 운영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곳은 신종 코로나 여파에 개강 연기까지 겹치면서 한 달 전에 받았던 수십 명 단위의 예약도 대부분 취소됐다.

이날 만난 일부 상인들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자영업자 지원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정부 당국은 지난 5일 신종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에 대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신고·납부기한을 9개월까지 연장해주는 대책 등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전씨는 “어차피 내야 하는 세금인데 세금 자체를 좀 줄여주면 몰라도 몇 달 늦게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면서 “정부가 우리 같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위해 제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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