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차량화재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브랜드는 재규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화차(火車)’ 논란을 낳았던 BMW는 7위권에 머물렀다.
17일 서울경제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소방청 차량화재 자료, 자동차산업협회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번 분석에서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방화, 방화 추정 등은 제외하고 기계·전기·화학적 요인 등 차량 결함으로 인한 화재 건수를 추려 등록차량 1만대당 화재 건수를 집계했다.
분석 결과 재규어는 등록차량 1만대당 화재 건수가 3.1건으로 가장 많았다. 화재 건수는 8건으로 타 브랜드 대비 적었지만 등록차량 대수(2만5,990대)를 감안하면 빈도가 높았다. 지난 13일 서울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진입하던 재규어 차량 앞부분에서 갑자기 불이 나 전소됐고 지난해 3월과 6월에는 각각 신호대기 중, 고속도로 주행 중 화재가 발생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16년 재규어 XE와 XF에서 연료필터와 연료공급호스를 연결하는 부품 결함을 발견, 화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발적 시정조치(리콜) 명령을 내렸다.
푸조는 등록차량 1만대당 1.7건의 화재사고로 2위의 불명예를 차지했다. 총 화재는 7건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 한불모터스 푸조 308·508·3008, 시트로엥 C4 피카소 DS7 크로스백 등의 부품 오장착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제기돼 결함 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재규어와 푸조가 1만대당 각각 3대, 2대꼴의 불자동차가 발생하며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포드는 1.3건으로 3위를 기록했다. 총 화재 건수는 포드 11건이다. 올 1월 포드는 ‘몬데오’ 모델의 배터리 부분 결함으로 화재 가능성이 발견돼 리콜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와 닛산은 1만대당 화재 건수가 각각 1.2건, 1.1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총 화재는 닛산이 5건인 데 비해 현대차는 1,187건으로 220배가량 많다. 국내 등록차량 대수 기준으로 압도적 1위 브랜드인데다 노후차량이 많아 화재 건수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때 불자동차 논란에 휩싸였던 BMW는 1만대당 화재 1.1건, 총 화재 47건으로 7위를 기록됐다. 한국 GM 1건(총 164건), 벤츠 0.9건(총 44건), 아우디 0.8건(총 15건) 볼보 0.7건(총 4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볼보 역시 지난해 11월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로 인한 화재 가능성으로 리콜 판정이 났다. EGR은 BMW 연속화재 당시 원인으로 지목됐던 부품이다. 불자동차라는 인식이 강했던 BMW는 오히려 1만대당 화재 발생 빈도가 중간 수준이었다. 1만대당 화재 건수가 가장 낮은 브랜드는 렉서스로 0.2건이었다. 총 화재 발생도 2건에 불과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승용·상용차량 화재는 총 4,337건이 발생했다. 노후·장거리·장시간 주행이 주된 화재 이유다. 특히 대형 화물트럭의 화재 건수가 많다. 상용차 브랜드만 놓고 봤을 때 1만대당 42.5건의 화재가 발생한 스카니아가 가장 높다. 그 뒤를 만(18건), 타타대우상용차(15건)가 이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화재 가능성이 제기돼 리콜 명령이 내려진 차량의 경우 이른 시일 내에 관련 부품을 교환해야 한다”며 “평소 예방정비에도 꾸준한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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