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에도 사상 최대의 현금 실탄을 확보하면서 올해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 ‘빅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비메모리 반도체 주요 업체들이 확보한 기술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을 인수합병해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 시스템 반도체 기업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18일 삼성전자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현금보유액은 전년보다 7.6% 증가한 112조1,500억원을 기록했다. 현금보유액은 기업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 상품, 장기 정기예금 등을 합친 것이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3.9% 늘어난 352조5,6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50조원을 넘어섰다. 현금보유액이 더 빠르게 증가한 것은 대규모 M&A 사례가 줄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M&A 건수는 하만을 인수한 지난 2016년 8건 이후 매년 2건에 그쳤다. 이에 따라 사상 최대의 시설 투자가 집행된 2017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현금보유액이 증가해왔다. 특히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현금성 자산이 크게 쌓여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하자 지난해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실탄을 바탕으로 M&A ‘빅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4·4분기부터 반도체 업황의 회복 조짐이 보이고 올해 5G 확대 등 호재가 예상되면서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투자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018년 말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한 4대 신사업에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달 삼성전자는 글로벌 5G 점유율 확대를 위해 미국의 망 설계 전문기업 ‘텔레월드솔루션즈’를 인수했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투자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규모가 작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총 26조9,000억원의 시설 투자를 집행했는데 전년(29조4,000억원)보다 8.5% 줄었고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던 2017년(43조4,000억원)에 비하면 38.0%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현재 겪고 있는 불확실성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최소 2·4분기 이후에나 대규모 M&A 및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대상으로는 지난해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최근 미국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업체인 ‘실리콘모션’ 등이 거론된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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