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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로나만큼 무서운 'OO 혐오'

나윤석 경제부 기자





“조롱당해도 싸다. 이번 기회에 대구·경북 지역민을 전멸시키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지난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관련한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생각 없이 끄적인 글이라기에는 너무 과격하고 섬뜩하다.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설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특정 국가나 종교·지역에 조롱과 막말을 퍼붓는 혐오 양상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처음에는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을 향했던 혐오가 이제는 신천지뿐 아니라 대구·경북(TK) 지역민에게로 옮겨붙었다.



특히 젊은 네티즌을 중심으로 TK의 보수적 정치성향을 들먹이며 비방의 강도를 높이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권의 일부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신천지=미래통합당’이라는 가짜뉴스가 버젓이 힘을 얻기도 한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신천지 예수교 강제 해체’ 청원에는 26일 현재 72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런 와중에 여당은 ‘대구 봉쇄’ 운운하는 발언을 꺼냈다가 지역민의 분노를 유발하기도 했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쏟아도 모자랄 정치권이 오히려 지역 갈등과 혐오 정서를 부추긴 꼴이 된 셈이다.

재난상황에서 삐뚤어진 카타르시스의 분출을 위해 희생양을 찾는 ‘○○ 혐오’는 위기극복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일부 시민의 그릇된 혐오 정서는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대다수 국민의 선의마저 무력하게 만든다. 정부는 대구와 경북 청도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으나 이것만으로 상처를 털고 일어서기는 힘들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에 성숙한 시민의식이 더해져야 초유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

언제라고 낙관하기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바이러스는 잦아들고 예전의 평온한 일상을 회복할 것이다. 막다른 위기에 내몰린 경제도 정부의 재정 투입과 특별 대책이 효과를 내면 다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재난상황에서 마주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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