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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우리가 중국과 다른 것





난세에 영웅이 나고 위기 상황에서는 각종 미담이 쏟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이 한국 정부의 높은 진단검사 역량과 투명한 정보 공개, 대구·경북 주민들의 의연한 대처 등을 높이 평가한 기사들을 연일 내보내고 있고 국내 언론은 앞다퉈 이들 보도를 소개하는 중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NYT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를 봉쇄한 중국과 달리 정상적으로 도시 기능을 하고 있는 대구의 사례를 집중 조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해 위기에서 벗어날 경우 민주 사회의 모범 사례(template)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내 지역별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대구의 모습은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는 대조적이다. 한 달간 도시와 연결된 모든 도로가 봉쇄되고 하늘길이 막힌 우한과 달리 대구 시민들은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신규 확진자 수에서도 중국을 앞질렀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와 한국의 대응 방식이 다른 것은 체제의 차이에서 나온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은 2008년 출간한 저서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서 “민주주의는 경제 성장 단계에는 불필요할지 몰라도 위기 때는 진가가 나타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빠르게 위기에서 벗어난 것도 민주주의의 힘 덕분이며, 반대로 중국 공산당은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이미 중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실책을 거듭하며 공산당 체제의 한계를 드러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방역에 실패했고 정보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이후에도 확진자 및 사망자 통계에서 진단 기준을 제멋대로 수차례 바꾸며 불투명한 수치를 내놓아 국제적으로 지탄을 받았다. 일방적으로 도시를 봉쇄하고 외출 금지령을 내리며 이동의 자유를 박탈했다. 중국 지도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폐쇄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외신들의 극찬과 달리 국내에서는 정부가 뒤늦게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등급인 ‘심각’으로 올렸다며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비판이나 책임론도 필요하지만 이와 별개로 코로나19의 확산을 최대한 막고 수습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의 대응이나 민주주의 체제만으로 무섭게 번져가는 코로나19를 잡을 수는 없다. 구성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자가격리 대상자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돌아다니는 등 방역 작업을 방해하는 사례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도 중국처럼 봉쇄했어야 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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