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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코로나 치료약 후보물질, 내달 중순까지 찾아낼 것"

■류왕식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 인터뷰

코로나 신약 개발 오래 걸려 차선책으로 기존약물서 검토 필요

3,000종 약물 선별 후 임상3상 착수땐 이르면 5~7월 처방 가능

예방수칙 지키면 공포심 떨쳐도 돼…美 등 글로벌 확산이 변수

류왕식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이 지난 5일 판교 연구소에서 서울경제와 코로나19 사태 후 첫 언론 인터뷰를 갖고 “오는 4월 중순까지 기존 약물 중 코로나바이러스 치료 물질을 몇 개 찾아내 정부에 보고하겠다. 순조롭게 추진되면 정부가 제약사·임상의와 협의를 거쳐 이르면 5~7월 환자 치료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권욱기자




“오는 4월 중순까지 기존 3,000여종의 약물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약으로 쓸 수 있는 물질을 몇 개 찾아내 정부에 보고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면 정부가 제약사·임상의들과 논의해 이르면 5~7월에 환자들에게 처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류왕식(64·사진)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소장은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판교 연구소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첫 인터뷰를 서울경제와 갖고 “지금 두렵고 위험한 게 감기 퍼지듯이 하는데 치료약과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차선책이지만 신속하게 기존 약물을 재창출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최근 방문해 코로나19 치료물질의 조기 발굴을 주문했을 정도로 한국화학연구원·고려대와 함께 치료약물을 찾는 임무를 정부로부터 부여받았다.

/대담=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류왕식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


약효분석 대상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약물 1,500여종과 임상1·2·3상 단계에 있는 약물 1,500여종이다. 류 소장은 “스크리닝을 통해 기존 약물 중 세포배양 수준에서 약효성을 확인해 몇 개를 선별할 것”이라며 “선별한 약물이 화학연·고려대와 공통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지만 함께 논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약물에 따라 동물실험(서울대 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거치거나 동물실험이 필요없는 FDA 승인 약물은 정부가 바로 국내외 제약사 등과 협의해 실질적인 환자 처방을 뜻하는 임상3상에 착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약물 하나를 쓰거나 효과가 있는 약물을 2~3개 섞어 쓸 수도 있다. 류 소장은 “신약 개발에 최소 5년, 보통 10년 이상이 걸려 기존 약물 중 효과가 있는 것을 세포배양 수준에서 섞어보는 것”이라며 “코로나 같은 R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심해 칵테일처럼 섞으면 시너지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에이즈 치료제의 경우 3개 약 성분을 섞어 치료제로 만든 1996년부터 효과를 발휘하며 그해부터 희생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통계 추이를 보여줬다.

하지만 류 소장은 “기존 약물을 하나 쓰거나 칵테일을 하거나 순조롭게 빠른 진행이 이뤄지는 것을 가정할 때 환자들이 이르면 5~7월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등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일부 쓰이는 에볼라 치료제(렘데시비르)를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상3상을 허가한 데 대해서도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우수한 항바이러스성 활성을 갖는 약물이지만 아직 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식을 반감시키는 약물 중 차선책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렘데시비르를 비롯해 에이즈 치료제(칼레트라), 말라리아 치료제(클로로퀸) 등을 임상3상용으로 코로나19 환자에게 쓰고 있다. 그는 “임상3상을 하려면 코로나19 감염자가 1,000명 정도는 필요한데 이를 위해 렘데시비르를 만드는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임상환자를 모집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의 경우 경증 환자는 대체로 스스로 회복될 가능성이 커 증세에 대한 치료만 하고, 중등도 이상 환자에게 칼레트라를 처방해왔다. 류 소장은 “칼레트라도 세포배양 수준에서 코로나19 약물로 확인된 것이지 임상에서 검증된 게 아니다”라며 “코로나19 감염자에게 의사 판단으로 처방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지금 같은 비상사태에서는 당장 급하고 약도 그리 오래 쓰는 게 아니어서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약물 재창출을 통해 감염증을 치료하는 게 가장 실효성이 있는 옵션”이라고 단언했다.

류 소장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의 상황이 진정세로 접어들고 있어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며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상 검사를 제대로 안 한 미국·일본 등도 걱정되고, 검사장비가 제대로 없는 후진국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90여개국의 코로나19 확진자(10만명 이상), 사망자(3,400여명) 가운데 중국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8만명과 3,000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예방접종인 백신 개발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류 소장은 “백신 개발은 일반적으로 5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과제로 사태가 지난 뒤에야 나올 것”이라며 “차세대 백신 기술인 ‘RNA 백신’ 기술을 통해 최대한 그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RNA 백신 기술은 mRNA를 합성해 지질나노입자에 패키징한 뒤 면역세포에 전달해 세포가 항원 단백질을 발현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사스와 메르스의 경우 백신을 개발하다가 사태가 종료되면서 시장이 사라져 나오지 못했고, 에볼라도 1976년에 발생했다가 2016년 다시 유행하며 임상3상을 하게 됐다며 백신 개발의 고유한 특성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앤서니 파우치 미국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최근 “(4월 중순께) 사람을 상대로 (모더나사가 개발한) 백신 임상에 들어가 대중이 사용하기까지 1년 또는 1년 반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류 소장은 질병관리본부가 무려 20만명가량이나 코로나19 검사를 수행한 것과 관련해 “한국은 바이오, 정보기술(IT)이 발달해 진단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감염되면 무증상자도 다 잡아낸다”며 “진단을 위한 유전자 증폭기술이 좋아 여러 회사가 세계 시장을 점령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아시아권 9곳의 파스퇴르연구소장과 화상회의를 하는데 캄보디아·라오스 등은 검사장비가 없다고 늘 애로를 호소한다”고 전했다.

류왕식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


류 소장은 “우리나라가 사무실·아파트·대중교통·종교시설 등 밀집생활이 많은 상황에서 비말(침방울)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많이 하는데, 쓰고 버린 폐마스크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 우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해외 과학자들에게 물어보면 ‘한국이 잘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며 “국제적으로 방역·제어·치료제·백신에 관한 실시간 정보교류와 감염병 감시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종·변종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은 항시 존재해 국민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며 “주변국에서 코로나19는 물론 사스·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수족구병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다 들어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루이 파스퇴르 박사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말을 인용하며 “주변국 전염병을 미리 연구해 대비하는 게 최선”이라는 조언도 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 좀 수그러들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힘들다고 했다. 류 소장은 “코로나바이러스도 인플루엔자바이러스처럼 비말로 전파돼 온도·습도가 높아지면 전파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다만 전파력은 날씨뿐 아니라 대인접촉의 빈도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사스에 이어 최근 수년간 에볼라·지카·메르스·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바이러스 감염병이 확산된 데 대해서는 기후변화, 도시 과밀화와 해외여행 급증, 야생동물 섭취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류 소장은 “야생동물은 바이러스·세균·기생충의 온상”이라며 “동물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사람)를 만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체 감염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개발로 사람과 야생동물 간 접촉이 늘어난 것도 감염병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기후변화로 인해 뎅기열 등 모기를 매개로 한 전염병도 늘었다고도 했다.

류 소장은 “사스나 에볼라 등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낮은 반면 치사율이 낮은 코로나바이러스는 무증상 감염자가 많아 전파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다수 바이러스는 면역력을 키우면 극복할 수 있어 평소 건강관리에 유의하면 된다. 코로나19도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안 된다”며 “오히려 독감 사망자가 미국에서만 연 1만~3만명가량 된다. 각별히 조심하되 너무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보다 공포감이 빨리 퍼진다’는 비유를 들기도 했다. 정리=고광본 선임기자 사진=권욱기자

He is..

△1956년 서울 △서울대 축산학과 △KAIST 생물공학 석사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분자생물학 박사 △1992년 미국 폭스체이스암센터 박사후연구원 △1994년 LG생명과학 책임연구원 △1996년 연세대 의과대학 부교수 △1997년 연세대 생화학과 부교수 △2004년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2017년 5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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