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금융감독원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금감원 출신을 배제하는 청와대 내부 인사에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실 차원에서는 금감원 감찰이 진행됐다. 이에 더해 감사원은 금감원 감사를 앞두고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금감원에 대한 제보를 요청했다.
사정기관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이 이례적인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을 둘러싼 상황이 오묘하다. 연임을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확정된 금감원의 제재를 두고 금감원과 법적 소송에 돌입했다. 감독 당국을 향한 우리금융지주 수장의 소송전에 금감원 내부는 부글 부글 끓고 있는 반면, 금융위원회는 이를 조용히 관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감사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1일 청와대와 금융권에 따르면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실에 최근 유영준 금융위 은행과장이 배치된 것을 두고 금융당국 안팎에선 여전히 뒷말이 나온다. 이 자리는 당초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함께했던 금감원 출신 A 행정관의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수집’ ‘첩보 이첩’ 등 업무의 특성상 민정비서관실에는 검찰, 국세청, 금감원, 감사원 등 사정기관 출신들이 주로 배치된다. 특히 민정비서관은 민정수석실의 선임 비서관으로 주요 정보를 취합하고 이첩하는 역할을 한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고급 정보’가 가장 많이 쌓이는 곳이 바로 민정비서관실이다.
게다가 금융위와 금감원의 해묵은 갈등 관계를 감안하면 ‘금감원이 빠지고 금융위가 들어온’ 행정관 인사를 단순하게만 해석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청와대 내부에서 행정관의 역할은 제한적이고 큰 권한도 없으나 다루는 정보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 민정수석실 출신의 한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은 청와대 행정관 역할을 하면서도 철저히 자신의 소속 부처를 위해 충성한다”며 “금감원에 대한 감찰을 앞두고 금감원 출신을 배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인사와 맞물려 청와대는 금감원 내부 감찰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금감원 일반은행 검사국을 대상으로 한 현장 감찰은 지난달로 이미 종료됐으나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들이 상주하는 창성동 별관에는 아직도 후속 감찰을 위해 금감원 직원들이 수시로 호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감찰 내용이 무엇이냐를 두고는 관측이 엇갈린다. 금융권에선 감찰 시기가 금감원이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린 직후라는 점에서 금감원의 제재 권한 오남용 여부가 핵심 아니냐는 해석이 우선 제기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금감원과의 법적 소송에 돌입한 가운데 금감원의 제재 적합성을 들여다보는 청와대의 감찰이 뭘 의미하는 것이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가 금융위와 함께 사실상 손 회장 편에 서서 금감원을 압박하는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다.
반면 이번 감찰이 손 회장 제재의 배경이 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는 무관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금융위까지 제재를 확정한 DLF 문제를 청와대가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우리은행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과 관련해 금감원의 조사 및 제재 과정이 적합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감찰에 이어 감사원도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감사원은 최근 금융감독 분야 감사에 착수하기로 하고 금융업계에 여과 없는 제보를 요청했다. 감사원이 유관기관 감사 준비에 착수하면서 협회를 통하지 않고 개별 금융사의 직접 제보 창구를 개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을 동시 감사한다지만, 감사의 초점은 금감원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소속기관, 금융감독원과 출자 법인 등에 대한 감사사항을 전담하는 부서인 감사원 산업금융3과가 민간 금융 회사들에게 ‘협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제보’를 주문한 것이 비슷한 맥락이다. ‘반민 반관’ 성격 기관으로 민간과 직접 상대하는 금감원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감사원이 원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과 관련해 감사원 출신 김조원 민정수석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잇따르는 금융사고에 이어, 이래저래 금감원에는 ‘엄혹한 시절’이 오고 있다.
/윤홍우·서은영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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