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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 1989년 '임수경 밀입북' 외교문서는 왜 2020년에도 기밀일까

외교부 기밀해제 문서 24만쪽 중

'임수경 밀입북' 문서는 몽땅 빠져

임종석 前비서실장이 기획·주도

"개인 관련이고 문서도 거의 없어"

보수 변호사단체는 정보공개청구

1989년 6월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한 임수경 전 의원. /연합뉴스




외교부가 30년이 지나 기밀이 해제된 1989년도 외교 문서 1,577권(24만여 쪽)을 전면 공개한 가운데 유독 임수경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밀입북 관련 문서는 눈에 띄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일 당시 주도한 이 사건은 1989년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외교·안보 관련 최대 관심사였지만 외교부는 30년 뒤인 2020년에도 관련 문서에 대해 ‘비공개’ 결정이 내렸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정권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나 외교부는 “그런 이유는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는 “개인에 관한 내용인데다 관련 문서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 한 보수 변호사단체가 이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라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기밀해제 문서 24만쪽 중 ‘임수경 밀입북’ 외교문서는 몽땅 빠져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1989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총 1,577권(24만여 쪽)의 외교문서를 원문 해제와 함께 국민에게 공개했다. 올해 공개되는 문서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미국 무역통상법 Super 301조 협의 △재사할린동포 귀환 문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협의체제 수립 △동구권 국가와의 국교수립 관련 문서 등이 포함됐다. 무엇보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 비화와 관련한 문서들이 주목을 받았다.

외교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마련된 ‘연례 외교문서공개제도’ 시행에 따라 지난 1994년부터 27번에 걸쳐 총 2만8,000여권(391만여 쪽)의 외교문서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 일부 극비 문서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많은 문서의 기밀을 해제한다는 것이 외교부의 원칙이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의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과 홈페이지, 모바일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문서들 가운데 관심을 모았던 1989년 임수경 전 의원의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 참가 사건 관련 서류가 몽땅 빠졌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임종석 전 실장 등 당시 전대협 주축들이 기획·주도한 사건이다.

임 전 의원은 1989년 6월30일부터 8월15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던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대협 대표로 참석했다. 서울에서 일본 도쿄까지 관광 목적으로 출국해 독일 서베를린·동베를린, 러시아 모스크바 등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갔다. 당시 무단으로 방북한 임 전 의원은 당돌한 옷차림과 행동으로 북한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것으로 회자된다. 북한에서는 한 동안 그를 ‘통일의 꽃’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는 8월15일 판문점을 통해 귀국한 직후 체포됐다. 임 전 의원의 밀입북을 주도한 임 전 실장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임 전 실장은 이후 3년6개월 간 실형을 살고 가석방됐다.

임수경 전 의원은 이후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성동을에서 당선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1989년 6월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한 임수경 전 의원. /연합뉴스


160쪽 있지만... 외교부는 “문서 거의 없어”

임 전 의원과 관련된 1989년도 외교문서는 160쪽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외교부 당국자는 “문서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고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적잖은 분량이 있던 것이다. 이 문서들은 외교문서 공개심의를 통해 비공개 결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임 전 의원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각종 외교 활동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의원이 누구의 도움을 받아 어떤 루트로 북한에 갔는지, 지나간 곳마다 어떤 행적을 남겼는지는 당대부터 국민적 관심사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들 문서를 비공개로 결정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몰래 방북을 했는데 외교문서가 있겠느냐”며 “간략한 문서가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개인 관한 문서이기 때문에 (비공개) 결정에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문서가 생산됐는지도 모르겠고 원천적으로 관련 외교 문서가 많지 않고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문서가 없다는 것이냐, 있는데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이냐”는 물음에는 “일부 과정에 대해선 외국 정부와 나눈 대화가 문서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외교 문서가 전체적으로 있는데 대부분 공개 안 했다고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을 돌렸다.

외교부는 대신 남미 페루 주재 리인춘 당시 북한통상대표가 1989년 8월25일 한 리셉션장에서 한국 대사에게 임수경 구속에 항의하는 내용은 공개했다. 당시 리 대표는 “남북대화나 합시다”라고 말을 건네는 한국 측에 “선생들은 말로만 남북대화, 남북대화하는데 젊은 임수경은 왜 구속하는 것이요”라고 추궁했다. 이에 “우리도 국법이 있는데 밀입북은 국법에 어긋난다”는 한국 대사에게 리 대표는 “말 돌리지 말고 구속 사유나 설명하라”고 거듭 다그쳤다.

임종석(오른쪽)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대협 의장 시절 전문환씨와 임수경 밀입북 사건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변, 외교부에 즉각 정보공개 청구... 결과에 촉각

이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1일 ‘외교부는 임수경 방북과 관련된 모든 기밀문서를 공개하라’는 성명을 내고 바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외교부가 이에 어떻게 응할지도 두고 볼 일이 된 것이다.

한변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3조에 의하면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1989년 당시 최대 현안이던 ‘임수경 방북’과 관련된 내용이 거의 통째로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임수경 방북 이후 국내 언론 보도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 담긴 외교문서도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외교부 당국자는 비공개 이유로 ‘개인 관련 문서’, ‘89년 이후에도 관련 내용이 있어서’ 등을 들었으나 이는 정보공개법 제9조가 규정하는 ‘정보비공개’의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음이 자명하다”고 꼬집었다.

한변은 “현 정부는 유난히 북한과 관련해 문제될 만한 일은 꺼리는 정책 기조를 보이는데 이번 외교문서 공개 과정에서도 이런 기조가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국민은 ‘임수경 방북’과 관련해 당시 전대협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으며 어떤 발언과 행적이 존재하는지에 관해 헌법상 알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는 오는 4월 총선에서의 정치적 유불리에 의해 좌우될 것이 아니다”라며 “외교부는 ‘임수경 방북’과 관련돼 누락된 자료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서면으로 조속히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역설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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