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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룡 여당, 헌법가치 지키고 미래로 가야

참패 야당, 뼈깎는 반성과 환골탈태 없이 내일은 없다

범여권이 4·15총선에서 전체 300석 중 183석을 확보해 1988년 이후 최대의 압승을 거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에서만 163석을 따냈고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각각 17석과 3석을 얻었다. 이로써 여당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여러 제약을 무력화하고 모든 법안과 고위직 임명동의안 등을 일방적으로 단독 처리할 수 있다. 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개헌을 빼고는 모든 입법권한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집권세력이 행정·지방권력에 이어 의회권력까지 장악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 이후 사법부 구성도 친여(親與) 쪽으로 기울어졌으므로 3권분립이 흔들릴 위험에 처했다.

유권자들은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안정적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줬지만 ‘공룡 여당’ 탄생에 따른 독주 위험은 오히려 높아졌다. ‘슈퍼 여당’이 자칫 논란이 많은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더 큰 혼란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집권세력이 총선 승리를 문재인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지지로 받아들인다면 심각한 오판이 아닐 수 없다. 거대 여당은 앞으로 야당의 제동에도 정책을 강행할 수 있으므로 정책 실패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할 수 없게 됐다. 정책 추진의 공과를 오롯이 여당이 떠안으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민의 선택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 국가적 위기를 이겨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약속을 지키려면 경제 살리기와 튼튼한 안보, 국민 통합 등 세 갈래 국정목표를 지향점으로 삼아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피폐한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기업 자금난을 해소하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튼튼한 안보체제를 갖춰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고 경제회복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 맞서 한미동맹을 튼튼하게 다지고 북핵 폐기 원칙을 분명하게 고수하면서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위기일수록 분열과 배제가 아니라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통해 국민의 역량을 모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래야 ‘포스트 코로나19’라는 격변기를 맞아 경제 체질을 바꾸고 신산업을 키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경제를 살리려면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계는 총선 이후 친노동 성향의 경제정책과 반(反)기업 규제를 담은 법안이 쏟아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과 집중투표제를 담은 상법개정안이나 소비자집단소송제 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코로나19의 위기를 넘으려면 과감한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집권세력은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소중한 헌법 가치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법치주의를 근본으로 삼아야 국가 정체성을 지키고 특정 정파의 일방독주를 막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여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앞세워 검찰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당은 이번에 수도권에서 참패하는 등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국민들은 정권이 아니라 야당을 심판했다. 국민의 상식과 합리적 판단을 읽어내지 못하고 중도층의 마음도 얻지 못했다. 선거 도중 불거진 막말과 공천 파동은 공당 자격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였다. 리더십 부재에 비전 제시도 실패해 총체적 난국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34%가량을 얻은 제1야당 세력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헌법 가치를 지킬 수 있다. 야당이 살아남고 2년 후 대선을 준비하려면 뼈를 깎는 반성을 토대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낡은 이념과 진영정치에서 탈피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수권능력을 키워 재탄생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보수 야당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낡은 대결정치에서 벗어나 실용과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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