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록적인 규모로 돈을 쏟아 부을 것으로 보인다. 1972년 이후 48년 만에 편성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출 구조조정만으로 마련한 2차 추경안도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6월 초 국회 제출을 목표로 3차 추경안 편성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11조7,000억원의 1차 추경안을 편성한지 한 달 만에 7조6,000억원의 2차 추경안을 마련했다. 이후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하면서 2차 추경 규모를 11조2,000억원으로 늘렸다. 정부가 올해 두 번에 걸쳐 국회 제출한 추경안은 22조9,000억원으로 금액 기준으로 가장 규모가 컸던 2009년 28조9,000억원에 못 미친다.
하지만 30조원으로 예상되는 3차 추경안이 더해지면 2009년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 정부는 이미 지난 22일 발표한 고용안정특별대책에 필요한 재원 10조1,000억원 가운데 9조3,000억원을 3차 추경을 통해 마련하기로 공식화했다. 경제성장률 하향에 따른 세입(稅入)경정도 포함된다. 정부는 올해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합)을 3.4%로 놓고 국세수입을 추산한 만큼 수정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3차 추경과 함께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상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뒤 이에 따른 세입경정분을 반영할 계획이다. 세입경정 규모는 1차 추경 때 편성해 국회 제출했다가 삭감된 세입경정분 2조4,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자본 확충도 3차 추경으로 추진한다. 정부와 이들 은행은 3차 추경을 통한 자본 확충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추경을 통해 자본확충을 한다는 점에서 방식은 정부가 이들 은행에 현금으로 출자를 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산은과 수은의 자본 확충 규모는 2조∼4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한국형 뉴딜 사업 등 코로나19 경기 진작에 필요한 예산 소요까지 반영하면 30조원대 슈퍼 추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올해 편성되는 1~3차 추경은 53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역대급 추경 편성에 재정건전성은 크게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수정 전 2차 추경 규모인 7조6,000억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2.3%다.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4.3% 적자로 1998년(4.7%) 이후 최악을 보였다. 3차 추경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5%를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세종=조지원기자 이태규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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