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더 넓은 분야에 더 빠른 속도로 첨단 기술이 적용되어도 사회 구성원들이 참가해 더 나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를 쓴 오준호(사진) 작가는 “첨단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에 대한 가치를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고인돌(고전인문학이 돌아오다)사업에서 4차 산업혁명과 철학·윤리를 접목한 인문강의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는 “기술혁명으로 인간의 존재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비판의식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한 그는 인권, 민주주의 등에 관심을 두고 시민사회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논픽션 작가로 전문 영역을 키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 시민기록단의 일원으로 참가해 유가족의 증언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했다. 특히 광주에서 세월호 관련 40여회를 참가하면서 쓴 ‘세월호를 기록하다’는 논픽션 작가로 그의 길을 열어주었다. 정치와 사회는 깊은 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경상대 정치경제학과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그의 최근 관심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 올 사회의 변화다. 자칫 기술만능주의로 흐를 수도 있다는 판단에 그는 더 나은 인간 세상을 만들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며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변화에 기본소득과 같은 공공의 복지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오 작가는 고려대 인호 교수와 공동으로 ‘부의 미래 누가 주도할 것인가’를 출간했다. 15번째 책이다. 오 작가는 “블록체인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데이터를 분산관리할 수 있는 신뢰시스템”이라면서 “블록체인의 개념이 성립되어 솔루션으로 이용되기 전에 비트코인 등 온라인 암호화폐의 부정적인 면이 도드라지는 바람에 블록체인 기술의 우수성이 누명을 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블록체인 기술은 여전히 유효하며 어떤 분야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열매의 크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책은 블록체인에 대한 정확한 개념 설명에 이어 블록체인 기반 사업의 글로벌 현황과 활용 가능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오 작가는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온라인투표, 부동산 공동구매 등 지금의 경제 시스템으로는 처리하기 곤란한 일이라도 신뢰를 공고히 할 수 있다”면서 “아울러 블록체인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는 공동체의 합의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도 적극적인 그는 “미래사회에 벌어질 기술혁명의 발전과 인간사회의 변화를 알려주면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면서 “과학기술로 인한 윤리적 딜레마의 사례를 소개하고 자칫 기술만능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면서 철학적 비판과 논리적 판단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면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강의를 듣고 난 후 청소년들의소감을 들으면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변화하는 시대에는 기존의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안경을 끼고 주체적인 비판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생각하는 힘을 키울 때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며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국회연구원과 함께 30년 후 대한민국을 내다보는 ‘대한민국2050 보고서(가칭)’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기후, 에너지, 식량, 정보통신, 생명과학, 정치경제, 북한 등 우리사회의 주요 관심분야를 13개로 구분해 설문조사와 통계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가능한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할 예정이다. 오 작가는 “기술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간의 노동과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는 불가피하다”면서 “그러나 변하지 않는 한가지가 있다면 인간을 먼저 생각하고 인간을 위한 기술개발을 위한 공동의 선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이 필요하다. 인문학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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