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논쟁이 3라운드로 접어들었습니다. ‘30초 월스트리트’에서 나눠본 것인데요. 1단계는 향후 경기회복이 ‘V자형’이냐 아니면 ‘U자형’ 혹은 ‘L자형’이냐를 두고 초반에 벌어졌던 것이고, 2단계에서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하면서 더블딥(W자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집중됐습니다.
지금은 3단계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글로벌 경제가 바닥에 근접했다”며 바닥론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것인데요. 골드만삭스는 “많은 나라가 봉쇄정책을 완화하고 있다”며 “GDP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유가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는데요. 이날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23.55달러로 전날보다 1.8% 하락하긴 했지만 앞서 20%가량 폭등하면서 마이너스 유가 공포를 덜고 있습니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수요도 같이 살아날 것이라는 예측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 경제방송 CNBC는 7일(현지시간) 향후 경기를 실시간으로 전망할 수 있는 자체 지표 3가지를 보여줬는데요. 온라인 리뷰 사이트 옐프(Yelp) 자료를 바탕으로 문닫은 매장이 전주보다 5.6% 증가했지만 이는 두 자릿수 증가세에서 크게 둔화한 것이라며 신규 감염자 수도 평균치의 78%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교통량은 아직 변화가 없지만 전반적으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1분기에만 29억달러 순손실을 낸 우버도 이용객이 4월에 바닥을 친 뒤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아직 멀었다는 전망도 여전합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도 “경기회복은 U자형이 될 것”이라며 “지금의 증시는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증시는 전체 경제상황을 반영하기보다는 유동성과 대형 기술주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한데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역시 “미국경제가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5년이 걸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월가에서는 경제활동이 재개돼도 사람들이 예전처럼 소비하고 활동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급증하는 국가부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관건입니다.
이처럼 예상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는 1차적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켜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모더나의 백신이 식품의약국(FDA)의 2차 임상승인을 받았고 화이자와 존슨앤존슨(J&J) 등이 내년 백신 출시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도 있습니다.
하나 더. 미중 무역합의가 있습니다. 하반기 이후 빠른 경기회복이 되려면 중국 정부가 약속한 2년간 2,000억달러 수입이 이뤄져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압박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면서도 대선을 앞두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게 이 때문입니다. 다음 주 있을 예정이라는 미중 대표간 전화통화를 눈여겨 봐야 하겠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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