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4년까지 원자력발전소 설비 비중을 현재(19.2%)의 절반가량인 9.9%로 줄인다는 내용의 전력 중장기계획 초안이 공개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해온 탈(脫)원전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했던 한국 원전생태계가 탈원전정책으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 에너지 정책의 도그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관련기사 3면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공기업은 흑자기업에서 적자회사로 곤두박질치고 있고 원전 대표주자인 두산중공업은 경영악화로 2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
대학 교수 등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총괄분과위원회는 8일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년) 초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방안을 토대로 전력환경영향평가 협의, 공청회, 국회 보고 등을 거친 뒤 최종안을 확정하게 된다.
초안의 핵심은 ‘탈원전 유지, 신재생의 공격적 확대’로 요약된다. 원전은 올해 25기에서 2034년에 17기로 쪼그라든다. 이에 따라 발전비중은 19.2%에서 9.9%로 절반가량 급감한다. 석탄발전은 같은 기간 56기에서 37기로 줄며 순차적으로 LNG로 전환된다. 반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15.1%에서 40.0%로 급증하면서 설비용량은 19.3GW에서 78.1GW까지 늘어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LNG는 초미세먼지의 주요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이 많다”며 “이를 늘리며 친환경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고장 난’ 탈원전정책으로 국내 원전생태계는 고사 직전이다. 국내 원자력산업 매출은 지난 2016년 27조5,000억원에서 2017년 23조9,000억원, 2018년 20조6,000억원으로 하락해왔다. 두산중공업은 2017년 발전사업허가까지 따낸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이 중단되면서 총 7,000억여원을 허공으로 날렸고 수주가뭄에 결국 채권단으로부터 1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받는 처지가 됐다. 한국전력은 원전이용률이 탈원전 직전인 2016년 79.7%에서 지난해 70.6%까지 떨어지면서 적자기업으로 전락했고 부채총액은 1년 사이 14조원이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와 LNG 수급 불안정과 비싼 발전단가를 감안할 때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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