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이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이러스감염에 취약한 혼잡한 대중교통을 피해 출퇴근 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부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취미 활동도 하고 운동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덩달아 자전거 판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자전거 열풍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럽에서도 각국 정부가 자전거 출퇴근을 장려하면서 자전거 이용자가 증가하고 자전거 판매가 크게 늘었다. 아울러 각국 정부는 자전거 도로 인프라 정비에 나서면서 자전거 이용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향후 친환경적인 교통 수단인 자전거가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전거 보급률 90% 덴마크, 코펜하겐 시민 절반은 자전거로 출퇴근
특히 일찍이 자전거를 친환경적인 교통 수단으로 도입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온 나라들이 주목 받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덴마크다. 덴마크는 전국 자전거 보급률이 90%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자전거 보급률은 30%대다. 지난 2013년 서울시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수송분담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는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1%인 반면 코펜하겐은 32%나 됐다. 특히 덴마크 정부에 따르면 코펜하겐은 자전거가 거주민보다 많으며, 절반 이상의 코펜하겐 시민이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코펜하겐 시가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코펜하겐과 같은 대도시에는 자전거가 도시를 이동하는 가장 빠른 수단일 뿐만 아니라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교통 수단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다. 덴마크의 국가 자전거 도로 표준 폭은 2.2m로 두 대가 나란히 달릴 수 있으며, 코펜하겐의 자전거 도로 폭은 2.5~2.8m로 더 넓다. 아울러 지난 2012년 처음 개설된 ‘자전거 고속도로(Cycle Superhighways)’ 네트워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꾸준히 자전거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고 있다.
자전거를 우선에 둔 정책이 도시를 바꾼다, 코펜하겐의 ‘자전거 고속도로’
이처럼 덴마크에서 자전거가 경쟁력 있는 운송 수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전거를 우선에 둔 정책 덕분이다. 덴마크는 자전거 이용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큰 이점을 제공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전거 고속도로’가 대표적이다.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한 28개 지방자치단체는 자전거 운전자들을 위해 위한 더 나은 도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자전거 고속도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지난 2012년 28개의 처음으로 개설된 자전거 고속도로는 도심과 교외를 연결하고, 주거 지역, 학교 및 상업 지구를 연결하고 연결해 고속도로 외곽 지역의 통근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계획되었다. 덴마크의 자전거 고속도로는 2021년에 7개의 노선이 추가로 개설되는 등 코펜하겐 지역에서 총 45개의 노선이 계획되어 있다. 총 길이는 746k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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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부동산 개발 협회인 ULI(Urban Land Institute)에서 제공하는 케이스 스터디에서는 코펜하겐 자전거 고속도로에 대해 “일관성 있고 고품질의 디자인 기준을 가진 장거리 노선을 만들어 매일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수천명의 통근자를 자전거 이용자로 전환하기 위해 계획됐다”며 “이를 통해 교통 혼잡과 탄소 배출을 줄여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전거 고속도로가 구축된 이후 자전거 이용자가 크게 증가했다. 덴마크 정부에 따르면 평일 기준 자전거 고속도로 이용객이 평균 23% 증가했으며, 특정 구간에서는 70%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덴마크 정부는 자전거 고속도로로 인해 7억 6,500만유로의 사회·경제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자전거 이용 시 자동차 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92% 줄어드는 등 자전거 고속도로가 지역 주민들의 건강 개선, 병가 일수 단축, 교통 체증 해소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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