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에게 기술적 한계란 좋은 동기부여이자, 넘어서야 할 숙명이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005930)의 이미지센서 연구개발(R&D)을 이끄는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부사장은 차세대 이미지센서 개발을 선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당시 업계는 박 부사장의 결기어린 언급을 세계 최초로 1억800만 화소에 달하는 초고화소 이미지센서를 양산한 자신감 정도로 해석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 일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가 새로이 선보인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GN1’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이 신제품을 기점으로 ‘초고화소’와 ‘자동초점 기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감도까지 충실히 구현할 수 있도록 한 아이소셀 GN1은 자동초점(AF) 성능을 끌어올려 언제 어디서든 밝고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억 이상 초고화소 이미지센서로 화소 수 경쟁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삼성전자는 AF 성능을 추가하며 이미지센서 1위인 소니를 넘어설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업계관계자는 “소니는 아직 1억 이상 초고화소 제품군에 진입을 하지 못한 상태”라며 “그간 ‘6억 화소’를 목표로 한 초고화소 전략으로 업계 선두인 소니와 차별화했던 삼성전자는 자동 초점 기능 강화라는 또 하나의 전략을 추가했으며, 이는 오랫동안 쌓아온 미세공정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보일 수 있는 저력”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이미지센서는 시스템 반도체에 힘을 싣는 삼성전자의 핵심 제품”이라며 “화웨이 같은 대형 고객사 입맛에 맞춘 양산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키워나갈 것”이라 전망했다.
2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아이소셀 GN1은 모바일 이미지센서지만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수준의 초고속 자동초점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2월에 양산소식을 알렸던 0.8μm(마이크로미터) 기반 1억800만 초고화소의 ‘아이소셀 브라이트HM1’에 비해 화소수(5,000만)는 낮지만, 대신에 감도나 초점 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 픽셀의 크기가 1.2μm로 다소 커지면서 더 선명하고 밝은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자동 초점 기능은 더욱 특화됐다. DSLR 카메라 수준의 위상검출자동초점(PDAF) 성능을 제공해 사람이 양쪽 눈을 통해 피사체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픽셀 좌우에 위치한 포토다이오드에서 검출된 이미지의 위상차를 계산해 빠르게 초점을 맞춘다. 물체의 초점을 순간적으로 정확하게 잡아내는 듀얼 픽셀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아이소셀GN1에는 인접 픽셀 4개를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테트라셀 기술’로 감도를 높여 밤에도 1,250만 화소의 밝고 선명한 이미지 촬영이 가능해졌다. 삼성전자는 수 년 전부터 각각의 기술을 이미지센서에 적용해왔지만 동시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아이소셀GN1에는 빛에 따라 자동으로 ISO 값을 조정하는 ‘Smart-ISO’, 이미지 촬영 시 밝기와 명암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실시간 HDR’, ‘전자식 이미지 흔들림 보정(EIS)’ 등의 최신 이미지센서 기술도 적용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고화소 제품군과 더불어 초고속 AF가 가능한 제품군을 함께 가져갈 것”이라며 “아이소셀GN1은 어두운 곳에서도 빠르게 초점을 잡을 수 있으며 중요한 장면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기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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