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TSMC 간 파운드리 수주 경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미국 팹리스가 있다. 바로 그래픽처리장치(GPU) 최강자인 엔비디아와 이를 쫓는 AMD다.
서로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기업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최고경영자(CEO)가 대만계 미국인이라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창업자이자 CEO인 젠슨 황은 대만 타이난에서 태어나 10세 때 미국으로 건너간 인물이다. 그런가 하면 두 살 때 미국으로 간 리사 수 CEO는 풍전등화 같던 AMD에 지난 2011년 구원투수로 합류해 중앙처리장치(CPU)에서는 인텔, GPU에서는 엔비디아를 위협할 만큼 AMD를 키웠다. 두 명 다 같은 타이난 출신에 생김새도 비슷해 ‘젠슨 황이 외숙부, 리사 수가 조카’라는 소문이 한때 대만 언론에서 나돌았다. 물론 리사 수가 이를 공식 부인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이 두 명의 CEO를 언급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에 흔히 회자되는 ‘미국의 팹리스, 대만의 파운드리’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보기 위해서다.
‘미국이 칩을 설계하면 대만이 칩을 만든다’는 뜻인데 사실 미국 팹리스를 호령하는 부류에는 대만계 미국인이 많다는 점을 엔비디아와 AMD가 확인시켜준다. TSMC 입장에서는 미중 갈등으로 매출 1~2위 고객인 애플·화웨이로부터 수주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다. 결국 엔비디아·AMD로부터의 최신 칩 수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얼마 전에는 엔비디아의 5나노 차세대 GPU ‘호퍼’를 두고 어느 한쪽이 독식하지 않고 TSMC와 삼성이 함께 가져갈 것이라는 추측 보도가 나기도 했다. 대만계 CEO가 버티고 있는 엔비디아·AMD의 각종 칩을 놓고 TSMC와 고군분투하는 삼성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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