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지만 아직 뜨겁지는 않다. 자동차 에어컨을 키지 않고 자연 바람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계절이다. 차의 지붕을 열고 상쾌한 바람을 즐기려는 드라이버들에게 이 시기는 보물 같은 시간이다. 길지 않은 선물 같은 시간이기에 요즘 도로 위에서는 차의 지붕을 열고 상쾌한 바람을 즐기는 드라이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오픈카의 계절이 찾아왔다. 최근에 출시되는 자동차들에는 큼직한 파노라마 선루프가 많이 탑재되고 있지만 아예 차체를 개방하는 컨버터블과는 전혀 느낌이 달라 오픈카의 인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상에 갇혀 답답함을 느끼는 드라이버들에게 오픈카는 기분전환에 ‘딱’이다.
오픈카는 사람들의 로망을 실현시켜 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이 오픈카에 풍선과 꽃을 잔뜩 싣고 여자 주인공에게 청혼하기도 하고, 악당을 처치하러 갈 때도 주인공들은 종종 오픈카를 타고 출동한다. 흩날리는 바람에 머리카락과 스카프가 휘날리는 그 찰나의 순간을 기억하며 사람들은 자유를 표방하는 오픈카를 드림카로 꼽기도 한다.
오픈카는 판매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BMW의 대표적인 오픈가 ‘Z4 시리즈’는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229대가 팔렸다. 특히 Z4 2.0 모델은 184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 판매량(31대)에 비해 6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C 200 카브리올레’ 모델도 130대가 판매됐다.
오픈카는 크게 차의 지붕 재질에 따라 딱딱한 차체로 여닫는 방식의 ‘하드탑 컨버터블’과 부드러운 천 같은 소재를 사용한 ‘소프트탑 컨버터블’로 나뉜다. 하드탑은 지붕을 닫았을 때 쿠페와 같은 디자인 완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지 보수도 용이하고 밀폐성이 뛰어나 오픈카의 단점으로 거론되는 풍절음 등이 다소 적다는 게 매력적이다. 반면 작동 구조가 복잡해 고장의 가능성이 높다. 수리비 역시 소프트탑에 비해 비싼 편이다.
소프트탑은 하드탑 보다 구조가 간단해 가볍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소프트탑 컨버터블의 재질이 컨버스 재질로 구성돼 유지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자동차 출고 후 시간이 지날수록 컨버스 재질이 햇빛에 마모될 뿐 아니라 주름이 발생해 미관에 좋지 않다. 또한 하드탑 컨버터블 대비 밀폐성이나 차음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단점이다.
대표적인 컨버터블 모델인 BMW Z4는 2인승 로드스터 차량이다.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과 민첩함 등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에 출시되는 Z4는 2가지. 뉴 Z4 sDrive20i는 2.0리터 4기통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97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을 낸다. 뉴 Z4 M40i는 M 퍼포먼스 트윈파워 터보 기술이 적용된 3.0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51kg·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Z4보다 다소 큰 벤츠의 C200 카브리올레는 C클래스로는 첫 오픈탑 모델로 출시됐다. 시속 50km 미만에서는 탑이 열리고 닫힐 때까지 20초에 불과하다. 4기통 2.0L 터보엔진은 최고 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0.6kg·m으로 독일차 특성을 그대로 담은 MG스포츠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영국식 정통 스포츠카 재규어 에프(F)타입 컨버터블은 이안 칼럼이 제창했던 ‘재규어만의 헤리티지 디자인’이 대폭 반영됐다. 이 차량은 아담한 사이즈에 1,308mm에 해당하는 높이로 낮은 이상적인 스포츠카 형태를 띄고 있다. 2인승 모델로 출시된 F타입은2.0 가솔린 모델과 3.0 가솔린 모델 등 두 가지로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슈퍼차저 V6 엔진이 탑재된 3.0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6.9kg·m를 낼 수 있다.
이 외에도 미니 컨버터블 쿠퍼S 등이 있다. 컴팩트 부문 최초이자 유일한 프리미엄 오픈탑 모델인 미니 컨버터블은 소프트탑 재질로 구성됐다. 작은 차체에 비해 트렁크 용량은 의외로 넓다. 트렁크 용량은 루프가 열린 상태에서는 160ℓ, 루프가 닫힌 상태에서는 최대 215ℓ를 적재할 수 있다. 또한 소프트탑이 닫힌 상태에서도 소프트톱 프레임을 올릴 수 있는 이지로드(Easy-Load) 기능을 통해 편리한 트렁크 활용이 가능하다
최신 수입차 브랜드들은 오픈카들을 모두 소프트탑으로 변경하는 추세다. 소프트탑의 단점은 기술력으로 극복하고 있다. 벤츠와 BMW 등 최근에 출시된 컨버터블 모델들은 하드탑으로 출시됐다가 모두 소프트탑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특히 포르쉐의 경우 마그네슘 철판을 소프트톱 사이에 넣어 주름과 내구성 문제를 해결했다. 이 기술은 911 카브리올레 모델에 적용돼 지난달 국내에 출시됐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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